[2013 일자리 리스타트]<1>시간선택제 일자리, 한국 노동시장에 필요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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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육아로 떠났던 직장, 시간제 ‘정규직’으로 돌아온다

“제일 중요한 건 본인의 선택으로 일하는 ‘자발성’입니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올해 초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서 “시간제 정규직 정착 방안을 조언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박근혜 정부는 초기 ‘시간제 정규직’ 방안을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으로 체계화하면서 근로자의 자발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단축근무를 원하는 여성과 은퇴자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한국에서도 ‘4시간, 6시간제 정규직’인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을 통해 본격 등장한다. 민간에서는 CJ 및 신세계그룹과 SK텔레콤, IBK기업은행 등이 이미 처우 등에서 기존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와 차별화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내놨다.

○ 노동력 감소에 최상의 대비책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 다양한 근로형태를 도입하려는 것은 이런 일자리들을 창출하지 못하면 대선공약인 ‘고용률 70%’ 달성이 어려울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노동력 부족 때문에 한국 경제의 장기적 발전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고령화의 진전과 낮은 출산율 때문에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 3703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30년까지 최고점보다 400만 명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의 주요 해결방안 중 하나가 일자리 형태의 다양화다. 기재부 고위 당국자는 “노동력 부족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려면 출산, 육아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리고, 은퇴자들의 재취업에 도움이 되는 시간제 고용을 활성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여성들의 일자리 참여 확대는 국민연금 고갈 등 중장기적인 국가의 복지재정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알바(아르바이트)’ 수준의 질 낮은 일자리로는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다시 불러들이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만들 정규직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방점은 ‘여성’에게 찍혀 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새로 창출될 전체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80% 이상을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끊긴 경력단절 여성에게 배정할 방침을 세워 놨다.

○ 여성 10명 중 7명 “시간선택제로 일할 의향 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3월 24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남녀고용평등 전국민 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5%는 “시간선택제로 일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여성은 그 비율이 69.4%로 더 높았고, 여성들이 시간제 고용을 선호하는 이유는 ‘육아와 병행할 수 있어서’(34.5%)였다.

기재부가 계획하고 있는 공공기관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근로조건은 이런 ‘예비 근로자’들의 의견이 반영돼 있다. 기재부가 시뮬레이션한 결과 A공기업의 경우 입사 2년차를 기준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면 근무시간이 현재 8시간에서 4시간, 연봉 2800만 원에서 1400만 원으로 줄지만 정년 보장과 국민연금 등의 근로조건은 전일제(全日制) 근로자와 동일하게 맞출 수 있었다. 이찬우 기재부 미래사회정책국장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성패의 핵심은 차별 금지”라며 “이런 원칙을 고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근로형태 다양화가 고용률 상승의 해법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과 관련해 ‘롤 모델’로 삼은 나라는 독일과 네덜란드. 독일은 시간제 근로자에게 사회보험료, 세금을 면제해 주는 등의 방법으로 2003년 64.6%였던 고용률을 2008년 70.2%까지 올렸다.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3277달러에서 3만4400달러로 1만 달러 이상 높아졌다. 네덜란드 역시 여성 고용률을 끌어올리며 1994년 63.9%였던 고용률을 1999년 70.8%까지 높였다.

이명박 정부 역시 독일식 근로시간 단축 및 근로형태 다양화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전일제 정규직 중심으로 짜여 있고 ‘고용 유연성’이 떨어져 근로자의 해고와 충원이 쉽지 않은 한국의 노동문화에 막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근무시간이 불명확하고 야근이 일상화된 한국에서 하루 몇 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하는 정규직 근로자가 자리 잡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결정하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주에게 세제 및 보험 혜택을 주는 한편 인건비 지원 한도도 1인당 1년간 월 80만 원으로 늘렸다. 제도시행 이후에도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원 폭을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팀장 박중현 소비자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소비자경제부 김현진 김유영 기자
▽경제부 박재명 기자
▽사회부 이성호 김재영 기자
▽국제부 전승훈 파리 특파원, 박형준 도쿄 특파원
#2013 일자리 리스타트#시간선택제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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