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레시피] 중세시대 영주가 되어 마을을 건설하자, '카르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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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4월 30일 1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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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이나 건전한 놀이를 목적으로 보드게임을 찾는 사용자가 점차 늘고 있다. 또한 '모두의 마블'이 성공함에 따라, IT/게임 업계에서도 교육 서비스나 게임으로 활용하기 좋은 보드게임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IT동아는 매주 다양한 보드게임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프랑스 남부에는 중세 시대의 성이 잘 보존된 ‘카르카손’이라는 도시가 있다. 이곳은 종교 자유주의자들이 기독교인들과 대항, 처절한 농성전을 벌여 승리한 곳으로 유명하다. 농성전에서 승리를 거둔 데에는 전설이 하나 내려오는데,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성 안의 식량이 떨어져 투항하기 일보 직전이었을 때, 영주의 부인은 성에 남은 식량을 돼지 한 마리에게 모두 먹여 우량 돼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돼지를 성 밖에 던졌다. 그러자 기독교인들은 성 안의 식량이 아직 넉넉하다고 판단, 장기전이 될 것을 우려해 철수했다고 한다.


카르카손은 중세시대의 성곽이 잘 보존되어 있어 관광지로도 유명한데, 보드게임 ‘카르카손’은 이 지역이 형성되는 과정을 게임으로 표현했다. 중세나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하거나 뭔가를 건설하는 게임에는 나무, 돌, 금화, 사치품 등의 자원이 등장하고, 자원을 관리하거나 특정한 이익을 얻도록 건물을 건설하는 빌드 오더가 있다. 마찬가지로, 카르카손도 타일을 놓아서 성을 짓고 길을 만들어 점수를 얻는 게임이다. 이런 유형의 게임은 초보자가 승리하기가 어려운 편이지만, 카르카손의 도시 건설 과정은 비교적 단순해 초보자도 도전하는 데 무리가 없다.


게임 방법은 다음과 같다. 카르카손에는 길, 성, 들판, 수도원 등이 그려진 타일들이 있다. 플레이어는 타일 1개를 뽑고 그림을 이어 붙인다. (타일을 붙일 때는 길이나 성 등의 그림이 연결되도록 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뽑은 타일 위에 말을 ‘놓을지 말지’ 결정하면 된다. 타일 위에 올려둔 말은 길, 성, 들판, 수도원 등이 완성되면 점수를 얻고 회수할 수 있다. 길, 성, 들판, 수도원을 완성하고 점수를 얻는다는 규칙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땅따먹기’ 놀이와 비슷하다.

다만, 각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말은 7개뿐이니, 어떤 타일에 말을 놓을지 전략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만약 모든 말들이 타일 위에 놓였는데 완성되는 땅이 없다면, ‘대박’ 타일을 뽑고도 놓을 말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즉, 쉽게 끝날 것 같은 장소에도 말을 놓고, 대박이 날 것 같은 장소에도 약간의 말을 놓고, 진짜 좋은 타일을 뽑을 때를 대비해 여유있게 말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무작정 점수가 많이 날 것 같은 곳에 말을 놓는 게 능사는 아니다.


카르카손에서 획득할 수 있는 땅은 길, 성, 들판, 수도원 등인데, 각 장소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길(도둑) - 길의 양쪽 끝만 막으면 완성되는 만큼, 난이도가 쉽고 점수도 낮다. 길이 완성되면 길 타일 하나당 1점을 얻는다. 얻을 수 있는 점수는 적지만, 남은 말이 많다면 ‘이거라도 벌자’는 생각으로 투입한다. 길을 차지해서 얻을 수 있는 점수가 낮으니, 도둑 러시로 승리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

성(기사) - 성의 사방을 막으면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점수는 타일 당 2점이며, 성에 방패가 그려져 있으면 2점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타일 10개 이상의 큰 성이 완성되면 통쾌하다. 하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방해를 받기 쉬우며, 성이 완성되지 않으면 점수가 많이 줄어드니 과욕은 금물.

들판(농부) - 길이 그려진 타일만 계속 뽑는 불운한 사람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 도로나 성으로 끊기지 않은, 자신의 말을 놓은 들판에서 완성된 성 하나당 3점을 받을 수 있다. 상급자들끼리 게임을 할 때는 어마어마한 점수가 터져 나오는 ‘점수의 광맥’이다. 단, 들판에 놓은 말은 게임 종료 시까지 회수할 수 없으니, 조기에 많이 투입했다가는 후회한다.

수도원(수도사) - 수도원을 중심으로 8칸 위치에 타일이 모두 놓이면 총 9점을 획득한다. 웬만하면 별로 힘들이지 않고 완성할 수 있는데다, 수도원 근처로 타일을 이으면서 다른 말의 점수도 올릴 수 있어 유리하다.


기본적으로 말 하나가 구역을 점거하면, 그 구역에는 다른 말이 진입할 수 없다. 하지만 서로 떨어져 있는 타일을 연결할 경우, 한 장소에 두 개의 말이 놓일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다른 플레이어가 공들여 닦아놓은 점수 광맥을 나눠 먹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지능적으로 타일을 배치해야 한다.

마지막 타일을 놓으면 게임이 종료된다. 게임 시간은 약 30분이며, 오랜 시간 고민하는 플레이어가 있더라도 1시간 내로 끝난다.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타일을 놓을 곳을 가늠할 때마다 ‘여기다 놓자’고 협상하는 스타일의 게임이 되기도 하고, 바둑 못지않게 진지한 분위기에서 점수 기대값과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게임이 되기도 한다. 초보자와 경험자의 폭은 비교적 적으며, 운과 실력이 모두 중요하게 작용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카르카손의 또 다른 매력은 정감 있는 타일 일러스트다. 초록색 들판에 흰색 길, 중간 중간 성이 펼쳐지는 타일 그림은 실제 카르카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게임이 진행되며 타일은 점점 커져 테이블을 꽉 채우게 되는데, 게임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공동으로 멋진 그림을 그렸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예쁜 모양의 말이 군데군데 놓이면 더욱 아기자기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카르카손과 확장판들

카르카손은 15개 이상의 언어로 출판되고 있으며, 확장팩은 40개 이상 발매됐다. 그 중 대표적인 것 3가지를 소개한다.

여관과 대성당 확장판


‘여관과 대성당 확장판’은 카르카손 확장팩 중 첫 번째 시리즈다. 이 게임에는 길, 성, 들판, 수도원 외에 여관과 대성당이 추가됐는데, 여관은 길 점수를 불려주고 대성당은 성 점수를 불려준다. 다만 원작과는 달리, 땅이 완성되지 않으면 부분 점수마저도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다른 플레이어의 구역을 빼앗을 때 유리하도록 더 큰 사이즈의 말(위 설명에서 도둑, 기사, 수도사, 농부의 역할)이 있다.

상인과 건축가 확장판


이 게임은 기존 타일에 3가지 종류의 마을 타일, 돼지와 건축가 말이 추가된 버전이다. 건축가 말을 잘 배치하면 턴을 연속으로 진행할 수 있다. 돼지 말은 농부의 점수를 늘려준다. 성을 완성하면 상품을 얻을 수 있으며, 상품에 따라 획득할 수 있는 추가 점수가 있어 좀 더 복잡하다. 이미 카르카손에 익숙해진 상급자를 위한 게임이다.

공주와 용 확장판


이 게임에는 공주와 용이 추가됐다. 점수를 내러 간 기사는 공주와 사랑에 빠져 돌아오지 않고, 거대한 용은 마을을 폐허로 만든다. 공들여서 거대 점수 광맥을 만들고 있다가 용에게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딴죽 걸기, 음모, 우정 파괴 등을 좋아하는 플레이어에게 추천한다.

카르카손은 2001년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에서 각종 게임상을 휩쓸었으며, 현재도 베스트셀러 보드게임으로 손꼽히는 명작이다. 특히 타일을 놓으며 진행하는 ‘스타일 게임’의 완성형이라 할 수 있는데, 타일 깔기 매커니즘에서 카르카손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게임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카르카손과 확장판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다이브다이스(http://me2.do/xr8bdJUe)에서 볼 수 있다.

글 / 코리아보드게임즈 박지원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코리아보드게임즈(대표 정영훈, http://www.koreaboardgames.com)는 보드게임 퍼블리싱과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1위 보드게임 기업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 보드게임 3,000여 종을 유통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보드게임 커뮤니티 divedice.c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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