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은 영화를 연출한 융(한국명 전정식·49)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영화에는 한국에서 태어나 벨기에로 입양된 그의 인생사가 펼쳐진다.
1971년 5월 11일, 몇 살인지도 확실치 않았던 융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벨기에로 입양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 ‘얼굴에 멍자국이 없었다면 미국이나 뉴질랜드처럼 더 좋은 곳으로 입양됐을지도 모른다’고 융은 생각했다. 고아원을 벗어나 처음 느껴보는 안온한 가정에는 이미 네 명의 아이가 있었다. 어머니는 성격이 급했지만 따뜻한 분이었다. 몇 년이 흘러 또 한 명의 한국 아이가 융의 집에 온다. 융은 발레리라고 이름 붙여진 한국에서 온 여동생에게 가족의 관심이 쏠리는 게 싫다.
융이 어느 날 학교에서 사고를 쳤다. 주변에 떨어진 식권을 몰래 주워 주머니에 넣은 것. 어머니는 “썩은 사과가 우리 애들까지 썩게 한다”며 융을 혼냈다. 융은 성적표까지 조작해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힌다. 그의 가슴에는 큰 멍이 든다.
영화는 ‘뿌리째 뽑혀 다른 나라에 이식당한’ 아이의 정체성 혼란을 그린다. ‘검은 머리 벨기에인’으로 살며 입었던 상처와 가족에 대한 추억이 녹아있다. 처음에는 한국을 멀리하려고 일본 만화에 심취하기도 했지만, 뿌리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융은 쌀밥에 매운 타바스코 소스를 뿌린 식사를 제일 좋아했다.
영화에는 같은 학교를 다닌 한국인 입양아 친구들의 불행한 삶도 담겨있다. 그들은 머리에 총을 쏘고, 목을 매달고, 손목을 그어 죽었다. 살아남은 친구는 정신병원을 오갔다. 최근 방한한 융 감독은 “친구들이 자살한 장면을 그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 장면을 그리며 많이 울었다”고 했다.
감독은 어릴 적 가족이 비디오로 찍은 실사 장면과 애니메이션을 절묘하게 직조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림에서는 서양인 캐릭터들조차 동글동글하게 묘사돼 한국적 화풍이 느껴진다. 2012년 프랑스 안시 애니메이션 축제에서 관객상과 유니세프 상을 받았다. 가족에 대한 애증이 잘 녹아있는 영화로 가족 단위의 관객에게 안성맞춤이다.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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