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분기(1∼3월)까지만 해도 금융투자시장의 ‘핫이슈’는 단연 롱숏펀드였습니다. 수년째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은 연 4∼5%의 수익률을 낸 데다 투자성향이 보수적으로 변한 투자자들에게 손실 위험이 적은 점은 대단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롱숏펀드가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품이 늘어나고 설정액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9일 제로인에 따르면 시중에서 팔리는 롱숏펀드 53개 상품의 수익률과 자금 유·출입을 분석한 결과 롱숏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최근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 2월 한 달에만 4400억 원이 몰리다 3월 1618억 원으로 유입세가 둔화되더니 4월에는 400억 원 넘게 자금이 순유출된 것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롱숏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가장 큰 원인으로 수익률 부진을 꼽고 있습니다. 롱숏펀드의 인기가 크게 높아졌던 지난해 3분기(7∼9월) 이후 월간 수익률을 보면 대부분의 롱숏펀드는 월 0.5% 이상의 수익률을 냈습니다. 하지만 올 3월 이후 롱숏펀드의 성적은 눈에 띄게 나빠졌습니다. 3월에는 전체 판매 중인 롱숏펀드의 60%, 4월에는 53%가 고객들의 돈을 ‘까먹는’ 상황이 생긴 것입니다.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롱숏펀드의 수익률이 악화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금융 전문가들은 “공매도를 위해 빌릴 주식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롱숏 전략은 오를 주식은 사들이는 동시에 내릴 주식은 공매도하는 건데, 공매도할 주식이 더이상 없다는 겁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수익률은 매매 주문을 정확한 타이밍에 내는지가 좌우하는데 공매도 물량이 크게 줄면서 투자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롱숏펀드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코스피가 상승세를 타면서 롱숏펀드는 더 고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증시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 ‘미인’을 골라서 담기만 하면 되는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롱숏펀드의 수익률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롱숏펀드는 새로운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다양한 금융상품 중 하나로 오래 살아남을까요. 아니면 한때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가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여러 금융상품 중 하나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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