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 월드컵 공식 후원기업 중 하나인 현대·기아자동차는 현지 주요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2년간 6∼15세 브라질 어린이들에게 축구공 100만 개를 기부하기로 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축구공 100만 개를 지원했던 ‘아프리카 드림볼 프로젝트’를 브라질에서 다시 한 번 추진하는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월드컵을 후원해 온 현대·기아차(기아차는 2010년부터)는 남아공 월드컵 때부터는 제품과 브랜드 노출 못지않게 ‘축구공 전달’ 프로젝트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축구공 전달은 축구를 통해 성공하기를 희망하는 이머징 국가 어린이들의 희망을 반영한 것”이라며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월드컵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현지화와 책임 있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사회공헌 메시지 강조가 최근 흐름
한국 대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
15일 재계와 스포츠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은 △프로 및 아마추어 스포츠팀 운영 △국제대회 및 해외 유명 스포츠팀 후원을 거쳐 최근에는 사회공헌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단순히 회사 이름과 로고, 제품처럼 눈에 보이는 요소를 강조하는 데서 벗어나 기업 메시지와 가치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심현승 제일기획 스포츠마케팅 그룹장은 “한국 주요 기업들은 단순히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스포츠 마케팅을 하는 수준은 넘어섰다”며 “유소년(미래 고객), 다문화 수용(포용성), 교감(사회 연대감 형성) 등을 강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현대·기아차 못지않게 사회공헌을 강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림픽, 브라질 축구 대표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 등을 후원하며 프리미엄 스포츠 마케팅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함께 대표적인 이머징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남미 지역에선 유소년 대상 스포츠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남미 10개국을 대상으로 후원하는 유소년 야구·축구대회인 ‘코파 삼성(Copa Samsung)’은 지난해 참가자 2만8000여 명, 관람자가 1050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서비스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 기업들도 사회공헌이나 메시지 전달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비인기 종목의 스타를 육성하는 데 적극적인 기업이 많다. SK텔레콤은 수영, 핸드볼, 펜싱 같은 종목 후원에 적극적이다. 수영 선수 박태환을 위해 세계적인 수영 지도자 마이클 볼 코치를 영입하고 올림픽 대비 전담팀을 구성하는 지원을 펼쳤다.
권세정 SK텔레콤 스포츠마케팅팀 매니저는 “‘비인기 종목에서도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한국 선수는 충분히 세계 정상급에 오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 더 큰 관심을 가지게 하고 지원을 하는 계기를 만드는 게 목표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 ‘색깔 찾기’ 나선 스포츠 마케팅
기업별 스포츠 마케팅 색깔도 뚜렷해지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은 공기업을 뺀 50대 그룹 중 43개가 진행하고 있을 만큼 일상화된 마케팅 전략이다. 그러다 보니 색깔 찾기를 통한 차별화가 중요한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정상급 팀과 선수 후원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고, 현대·기아차는 월드컵 다음으로 주목받는 국제 축구 이벤트인 ‘유로 대회’도 후원해 축구 마케팅을 강조하는 식이다.
LG전자는 해외 주요 시장별로 타깃 스포츠를 정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서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진행 중인 ‘크리켓 마케팅’이 있다. LG전자는 1999년부터 세계크리켓협회(ICC)를 후원하며 크리켓 월드컵을 포함한 ICC의 주요 국제 대회를 공식 후원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선 미국대학체육협의회(NCAA)와 메이저리그의 LA 다저스, 유럽 지역에선 독일 프로축구팀인 바이엘 레버쿠젠을 후원한다.
▼ “韓流와 접목… 독창적 스토리 담아야” ▼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회사답게 독일 모터스포츠 대회인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스(DTM)’의 타이어 공식 공급 업체로 활동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의 ‘슈퍼스타스’도 후원하고 있다.
스포츠 산업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이제 인지도에선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으니 장기적인 효과를 위해선 독특하고 누구나 기억할 만한 스토리를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준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한류 열풍을 반영해 스포츠 마케팅에 한국적인 시각을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며 “음식, 문학, 영화 등과 스포츠를 결합하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강준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단기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고 다양한 스토리를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스포츠 마케팅 3.0 ::
국내 주요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 트렌드가 ‘프로 또는 아마추어 스포츠팀 운영(1.0)’, ‘국제대회와 해외 유명 스포츠팀 후원(2.0)’에서 ‘사회공헌 메시지 강조(3.0 버전)’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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