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선택형 수능실험’ 결국 실패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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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 고교별 성적 분석
학력격차 줄인다더니… 상위 50곳중 특목고 29곳-자사고 10곳

지난해 치러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학교별 성적을 분석한 결과 A, B 선택형 수능의 정책 취지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학력 격차를 줄인다는 취지와 달리 2013학년도에 비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성적이 더 오르고, 일반고 침체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전국 2319개 고교 중 특성화고 예술고 체육고 마이스터고 등을 제외한 1722개교의 2014학년도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국어 수학 영역의 성적이 평균 1, 2등급인 학생의 비율이 높은 상위 50개 고교는 특수목적고(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29개교, 일반고 11개교, 자사고 10개교로 나타났다. 1, 2등급은 상위 11% 이내다.

교육부는 최근 수능 성적을 시도별, 학교 유형별, 남녀별로 구분해 발표했지만 학교별 성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학교별 성적은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원자료를 통해 분석했다.

정부는 선택형 수능을 통해 학력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성적 분석 결과는 반대였다.

상위 50위 안에 속한 자사고는 2013학년도 수능과 비교했을 때 4곳이 늘어났다. 경기 용인 한국외국어대부설고(용인외고)는 전년도에 이어 연속 1위에 올랐다. 울산 현대청운고는 전년도 7위에서 4위로, 서울 하나고는 21위에서 7위로 올랐다. 자사고는 최상위권에서 더욱 강세를 보였다. 상위 10개 고교 가운데 절반을 자사고가 차지한 것이다.

상위 50위 안에 속한 고교 중 일반고는 전년도에 비해 4곳이 늘었다. 하지만 6곳이 학생 선발권이 있는 자율학교였고, 2곳은 비평준화 지역의 일반고, 3곳은 자율형 공립고였다. 평준화 지역에서 학생을 임의로 받는 평범한 일반고는 50위 이내에 한 곳도 없어서 일반고 슬럼화가 다시 확인됐다.

일반고 순위를 보면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충남 공주 한일고가 2위, 공주대사범대부설고가 9위, 경북 안동 풍산고가 29위, 경남 거창고가 34위를 기록했다.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로는 경기 광명 진성고가 17위, 경기 용인 수지고가 27위를 차지했다.

서울 D고의 진학담당 교사는 “2014학년 수능에서 재수생 강세가 이어진 데 이어 자사고가 더 상승한 결과가 확인됐다”면서 “선택형 수능의 취지가 현장에 제대로 적용됐다면 일반고에서 쉬운 A형을 통해 1, 2등급이 확연히 늘어났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특목고의 실적은 전년도 수능 결과에 비해 떨어졌다. 상위 50위에 속한 특목고는 전년도보다 8곳이 줄었다. 이는 2011년에 외고 입시 체제를 개편해 입시 문턱을 낮췄던 것이 올해 대입 수험생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외고 입시 제도가 개편돼 필기시험과 영어듣기가 폐지되면서 최상위권에 국한됐던 외고 지원자 문턱이 낮아진 바 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선택형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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