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가 사교육에 좌우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목표를 세워 입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가 입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조정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 오히려 서열화된 입시 구조가 심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선진국처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줄이면서, 대학이 학교생활기록부를 많이 반영하도록 하는 동시에 대학의 입시 자율권도 확대하는 시스템으로 옮겨가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부는 최근 수능의 2년 연속 오류 사태를 계기로 수능 전반을 점검해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이를 계기로 수능 중심의 현 대입 제도에 대한 회의론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본고사는 피를 말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공정한 제도였다”는 말까지 나온다.
교육계 전문가들도 현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현 수능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그 대신 학생부의 평가 비중을 높이자는 의견이 많다. 대입에서 학생부를 중요하게 반영할수록 자연스럽게 고교 교육도 정상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부소장은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제시했다. 경쟁자 중 일정 수만 1등급에 들 수 있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일정 점수 이상만 넘으면 1, 2등급 등을 부여하자는 의견이다. 상대평가보다 경쟁이 완화되고 수험생의 학습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단점은 변별력 약화다. 안 소장은 학생부 비중 강화와 면접평가 등으로 변별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능을 합격, 불합격만 결정하는 자격고사로 전환하거나 고교 과정 전체를 진단하는 총괄평가 형식으로 바꾸자는 대안도 제기됐다. 서울 대진고 이성권 교사는 “수능은 합격과 불합격만 가리고, 대학 진학에 필요한 다른 요소들은 학생부나 여타 평가자료를 활용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최소한의 변별력 확보를 위해 수능은 유지하되 난도를 낮추고 성격 자체를 고교 교육과정 진단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처럼 아예 객관식을 없애고 서술형으로 개혁하자는 의견도 있다. 바칼로레아 시험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꿈은 필요한가’ ‘사랑이 의무일 수 있는가’ 등의 철학적인 문제로 유명하다. 하지만 한국에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주장과 함께 지나치게 주관적인 평가로 변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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