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금연 석달 풍속도 톡톡]“싸늘한 시선받으며 골목서 눈치담배… 흡연실 좀 늘려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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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손님들 여전히 재떨이 요구… 단속 안걸리기만 바랄뿐”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 올해 1월 1일부터 음식점, 카페 등은 면적과 상관없이 전면금연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당구장, 노래방, 스크린골프장 등 모든 다중이용시설로 금연구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추진하고 있지요. ‘공공장소 전면금연’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게다가 담뱃값까지 2000원 올라 5000원에 육박했습니다. 애연가들은 비싼 돈 주고 담배를 사고, 눈치 보며 담배를 피워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손님이 떨어진다며 울상을 짓던 일부 식당 업주들은 지나친 흡연규제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지요. 하지만 비흡연자들은 아직도 흡연규제가 약하다고 합니다. 전면금연 석 달째. 달라진 풍속도를 들여다봤습니다. 》

“흡연이 죄? 피울 곳이 없어!”

―사람이 없는 골목에서 눈치를 보며 담배를 피울 때였다. 지나가는 여학생이 째려보면서 손으로 코를 막더라. 얼굴이 빨개지고 무안했다. 물론 간접흡연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건 옳지 않겠지만, 담배를 피울 곳이 없지 않나. 왜 범죄자 쳐다보듯 하는가. 다혈질인 사람이라면 충분히 싸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35·회사원)

―흡연구역을 찾다가 담배꽁초가 여러 개 떨어져 있는 곳을 발견했다. 흡연이 허용되는 곳이라 생각해 담배를 피웠고, 무심코 꽁초를 버렸다. 어디선가 경찰이 다가와서 5만 원짜리 벌금 딱지를 끊었다. 꽁초를 버린 것은 잘못이지만 흡연구역이 있고 재떨이가 있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아닐 텐데…. 이건 말도 안 된다.(23·학생·여)

―동서울터미널에 갔을 때 타이소라는 흡연구역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 좁았고 밖에서부터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아무리 흡연자라고 해도 그런 부스에 들어가 담배를 피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차라리 금연구역에서 몰래 숨어 담배를 피우는 게 낫겠다. 정말 너무한다.(27·학생)

―술을 마실 때 담배도 피우는데, 이젠 흡연실이 있는 술집을 찾기 어렵다. 체념하고 그냥 술집 밖으로 나가 피우는데, 맛이 떨어진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간접흡연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실내 흡연을 자제하긴 해야 한다. 그래도 술 마시며 담배를 피우던 예전이 그립다.(45·회사원)

―사방이 온통 금연구역이고 ‘흡연해도 좋다’는 표시가 붙은 곳은 찾기 힘들다. 물론 흡연부스가 있긴 하지만, 너구리 잡기 위해 연기를 피워 놓은 것도 아니고 누가 들어가고 싶겠는가. 흡연자들을 위한 ‘인간적인’ 흡연구역도 늘려줬으면 좋겠다.(32·회사원)

―전자담배는 담배냄새도 덜해 아무데서나 피워도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금연구역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다 걸리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자담배에 니코틴이 들어 있는지에 따라 단속 대상이 결정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판정하긴 쉽지 않다. 전자담배도 맘 놓고 피우지 못하니 답답하다.(22·학생·여)

“손님 많이 줄어” vs “큰 영향 없어”


―학교 앞 카페에는 담배 피우는 학생들이 특히 많다. 그래서 실외를 흡연석으로 만들었다. 근데 올해부터는 이곳도 금연구역으로 바뀌었다. 그 때문에 확실히 손님이 줄었다. 매상이 떨어진 게 피부로 느껴진다.(35·카페 운영·여)

―단골손님들이 와서 구석진 방을 달라고 할 때가 많다. 그런 손님들 중 상당수는 흡연을 하게 해 달라고 조른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종이컵을 재떨이로 쓰라고 내준다. 불법인 건 알지만 어쩔 수 없다. 단골손님을 화나게 할 순 없지 않은가. 단속에 걸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51·식당 종업원·여)

―게임을 하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렇게 못하게 하니 PC방 손님은 눈에 띄게 줄었다. 담배를 피우던 손님들이 입이 심심하다며 음료수나 과자 등을 사기는 한다. 하지만 손님이 줄어 자연스레 주전부리 매출도 함께 줄었다. PC방은 카페나 음식점 등 다른 가게보다 담배 규제로 인한 타격이 큰 편이다.(55·PC방 운영)

―내가 운영하는 고깃집은 손님이 줄지는 않았다. 우리 가게만 금연이라면 모르겠지만 다른 곳도 마찬가지 아닌가. 설령 손님이 전보다 줄었다 해도 소비가 위축돼 그런 거지, 금연 정책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음식점에는 비흡연자는 물론이고 어린이나 가족과 함께 오는 손님도 많다. 그러니 금연하는 게 옳다.(49·식당 운영)

―1월 초엔 담배판매량이 평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아빠들이 담배를 살 때 아이에게 줄 과자나 음료수도 함께 사는 때가 많았다. 그런 손님이 줄다 보니 과자 매출도 줄어들었다. 다행히 2월부터 담배 판매량이 점차 회복돼 지금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27·슈퍼마켓 운영)

담뱃값까지 인상, “불난 데 기름 붓나”

―담배를 사다 보면 1만 원이 그냥 나간다. 우리 같은 서민에겐 적지 않은 돈이다. 담배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의 유일한 낙이 돼 주곤 했다. 힘든 마음을 담배로 달래는 거다.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리겠다는 윗사람들은 담배를 끊었는지 묻고 싶다.(55·자영업)

―나처럼 40년 넘게 담배를 피워 온 사람들은 담뱃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금연을 결심하기란 쉽지 않다. 며칠간 금연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다른 곳에 쓸 돈을 아꼈고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다. 오른 담뱃값에 화가 날 뿐이다.(67·자영업)

―최근 일본여행을 다녀오면서 면세담배 한 보루를 사왔다. 한 갑당 1870원꼴이었다. 일본 현지 가게에서 파는 담배도 당시 환율로 계산해보면 한 갑당 3800원 정도. 한국의 오른 담뱃값보다 싸다.(29·취업준비생)

―담뱃값 인상 이후 금연을 결심했다. 현재까지 금연 중이다. 금연을 돕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7년간 내가 담배를 피우면서 들인 돈을 계산해 봤다. 담뱃값을 포함해 음료수 비용 등 기타 지출을 모두 따져보니 모두 900만 원이 들었더라. 담배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볼 걸 하는 후회가 머릿속을 스쳤다.(27·취업준비생)

―한 달 전 전자담배로 갈아탔다. 담배를 수시로 사지 않아도 돼 경제적 부담은 덜한 느낌이다. 담배 냄새도 심하지 않아 좋다. 하지만 전자담배는 액상으로 돼 있다 보니 얼마만큼 피웠는지 감이 안 온다. 그래서 양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이건 또 새로운 고민이다.(23·학생)

―2000원 인상은 정말 크게 느껴진다. 작년에 처음 담배를 입에 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두 배 가까이로 올랐다. 흡연자의 건강을 위해 인상분이 쓰이면 좋겠지만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제대로 쓰이는지는 잘 모르겠다. 말로만 금연을 위한 인상이라고 하지 말고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내놓아라.(21·학생)

“금연정책, 이래서 환영” vs “아직 미진”

―식당이나 카페 실내에서의 전면 금연에 찬성한다. 그동안은 친구들과 기분 좋게 술자리를 갖다가도 옆자리에서 담배냄새가 풍겨올 때면 기분이 상하곤 했다. 옷에 냄새가 배어 매번 세탁해야 했다. 이 때문에 술자리를 피한 적도 많다. 지금은 그런 스트레스가 없으니 오히려 술 마시는 횟수가 늘었다. 이제 술자리가 두렵지 않다.(27·학생·비흡연)

―금연정책을 거리로도 확대해야 한다. 길가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걸어가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규제해야 한다. 그들은 상쾌할지 모르겠지만 뒷사람은 괴롭기만 하다. 황사보다 무서운 것이 담배연기다. 황사는 일 년에 몇 번 안 오지만 간접흡연은 365일 존재한다.(52·주부·비흡연·여)

―금연구역에서 흡연자를 단속하는 예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러니 흡연자들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다. 신고 포상제도라도 만들어야 한다. ‘담파라치’라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처벌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는 걸 보여줘야 금연정책도 빛을 볼 것이다.(27·학생·비흡연)

―외국에서 담뱃갑에 프린트된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폐암을 연상시키는 무시무시한 사진을 보고 있자니 담배 피우고 싶은 마음이 쑥 사라지겠더라. 우리나라도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실으려 했지만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도 흡연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충격적인 사진을 활용했으면 좋겠다.(40·회사원·비흡연)

―버스정류소가 금연구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버스를 기다리며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곤 했다. 사람들이 많은 버스정류소에서 담배를 피울 때면 눈치가 보이긴 한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정류소에서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담배를 종종 피운다. 사실 지금까지 벌금을 문 적이 한 번도 없다. 단속을 엄하게 한다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더 조심할 것 같다.(33·백화점 직원)

―금연클리닉과 금연 홍보에 지원되는 예산이 두 배 이상 늘었다. 패치, 약물 등 금연보조제 지원비도 함께 늘었다. 하지만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단속하는 직원들은 여전히 부족하다. 직원 4명이 구내에 있는 8000개 가까운 업소들을 전부 돌아보는 식이다. 조별로 밤에 순환근무를 할 때도 있지만 자정이 넘은 시간엔 단속이 더욱 쉽지 않다.(35·보건소 직원)
오피니언팀 종합·김기성 인턴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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