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구단서 돈 버는 구단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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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新성장동력이다]<2>국내 프로스포츠 자생력 키우기

국민체육진흥공단이 2011년 평가한 축구와 야구, 농구, 배구 등 국내 4대 프로스포츠의 경제적 가치는 2조2387억 원이었다.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제적 가치는 18억6000만 달러(약 1조9833억 원)였다. 국내 프로스포츠가 ‘프로’가 되기 위해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였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아 매년 팀별로 프로야구는 50억∼250억 원, 프로축구는 100억∼200억 원, 프로농구는 30억∼60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1982년 프로야구, 1983년 프로축구가 출범할 때부터 국내 프로구단들은 모기업의 홍보수단 역할에 만족했다. 스포츠를 즐기는 팬이 늘어나면서 마케팅 차원에서 출범한 미국, 영국, 독일 등의 프로 팀들과는 탄생부터 달랐다. 여기에는 군사정권의 정치적인 계산도 작용했다. 어찌됐건 프로 팀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던 국내 프로구단들은 모기업의 지원금으로 운영자금을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김기한 서울대 교수(스포츠경영)는 “선진국에서는 스포츠에 참여하는 인구가 증가하며 자연스럽게 관련 스포츠 용품과 시설 등의 신기술 개발로 이어진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며 “국내에서도 종목별 프로스포츠 구단이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관련 스포츠산업 시장의 확장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프로구단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문체부는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 수익금에서 각 프로 연맹 및 구단에 배분하는 지원금에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및 해외 수익금 677억 원을 종목별 토토 수익률에 따라 경기 주최 단체와 구단에 배분했다. 해외 수익금 중 267억 원은 스포츠토토 비발행 종목 지원 등에 투입했다.

또 올해 프로구단들의 운영 성과를 평가한 뒤 내년부터는 이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운영을 잘하면 많이 주고 못하면 적게 주는 것이다. 유소년 육성 자금과 사업 지원 자금도 효과적인 운영계획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는 구단에 더 많이 주기로 했다. 이용욱 문체부 스포츠산업과 사무관은 “구단들이 반발하지 않도록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토대로 외부평가위원회가 구단들을 평가하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체부는 구단들이 안정적인 마케팅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경기장 임대 관련 스포츠산업진흥법을 올해 안에 개정할 계획이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올 1월 대표 발의했고 여야가 스포츠산업 진흥에 뜻을 같이하고 있어 조만간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사무관은 “그동안 구단들은 지자체 시설을 활용하다 보니 장기보다는 단기 임차로 경기장을 써야 해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프로야구 LG와 두산은 2012년 잠실경기장 임차료로 각각 13억 원을 내는 대신 경기장 광고권을 서울시에 내주는 계약을 했다. 서울시는 그해 잠실경기장 광고 수익으로만 72억 원(지난해엔 103억 원)을 벌었다.

이 사무관은 “법을 개정하면 25년까지 장기 임대를 허용하고 민간투자를 유치해 경기장을 개·보수함으로써 구단의 경영 효율화를 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KIA가 25년간 장기 위탁 운영권을 갖고 있는 챔피언스필드는 정부가 298억 원, 지자체가 396억 원, 기아자동차가 300억 원을 투자해 광주 무등경기장 옆에 신축한 경기장이다. 문체부는 챔피언스필드 같은 경기장 운영 사례를 늘릴 계획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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