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공 하나 잡으려고 야구장 외야석 표 수천장을 사들였다면 믿어지나요.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홈런(762개)의 주인공, 배리 본즈(51·당시 샌프란시스코)의 700호 홈런 공을 노린 마이클 미언 씨(당시 28세)의 이야기입니다. 미언 씨는 그해 10월 2∼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LA 다저스의 3연전에 나온 오른쪽 외야석 표 6458장(약 2만5000달러)을 샀습니다. 하지만 본즈는 이보다 앞선 9월 18일 700번째 아치를 그렸고, 이 공은 한 달여 뒤 80만4129달러(약 8억8945만 원)에 팔렸죠. 실패했지만 미언 씨의 노력은 ‘그럴 만한’ 것이었습니다.
스포츠 경매시장이 활성화한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대기록을 이룬 홈런 공은 가치가 높습니다. ‘홈런왕’ 이승엽(39·삼성)의 방망이가 향하는 곳에서 수많은 잠자리채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이제 야구팬들은 다시 잠자리채를 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승엽이 프로야구 사상 첫 400홈런을 단 2개만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죠.
삼성도 발 빠르게 대기록 탄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홈런 공을 잡은 관중이 구단에 공을 기증하면 갤럭시S6 1대, 전지훈련투어 2인 상품권, 이승엽 친필 사인 방망이를 선물하고 시상식이 열리는 경기에 시구자로 나설 기회를 준다고 발표했죠. 물론 홈런 공의 소유권은 전적으로 공을 잡은 관중에게 있지만요. 만약 여러분이 홈런 공의 주인공이 된다면 어떻게 하실 것 같나요.
지금까지 메이저리그나 프로야구의 ‘특별한’ 공이 경매에 등장한 적은 많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야구공으로 알려진 마크 맥과이어(52·당시 세인트루이스)의 1998시즌 70호 홈런공은 300만 달러에 팔렸습니다. 그해 맥과이어가 1961년 로저 매리스(1934∼1985)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61개)을 깨고 홈런 70개로 시즌을 마감했던 바로 그 공이요. 1933년 처음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베이브 루스(1895∼1948)가 때린 ‘올스타 1호’ 홈런은 80만5000달러에 팔렸고요.
2003년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타이기록을 작성한 이승엽의 시즌 55호 홈런공은 경매에서 낙찰가가 1억2500만 원까지 올랐지만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56호 홈런 공은 축하 현수막을 설치하던 이벤트 대행업체 직원들이 얻은 덕분에(?) 구단으로 돌아왔고요. 같은 해 나온 이승엽의 통산 300호 홈런공은 1억2000만 원에 구입한 국내 기업인이 2013년 7월 구단에 기증했습니다.
역사적인 공을 기증해 야구팬들이 함께 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데릭 지터(41·당시 뉴욕 양키스)의 홈런 공을 돌려준 크리스천 로페즈 씨(당시 23세)의 이야기가 더 감동적인 이유입니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는 2011년 7월 9일 지터의 홈런 공을 잡았습니다. 메이저리그 통산 28번째 3000안타를 기록한 공이었죠. 그는 학자금 빚도 있었지만 “이 공은 마땅히 지터가 가져야 한다”며 구단에 공을 기증했습니다. 선수의 노력으로 이룬 업적을 빼앗고 싶지 않다면서 말이죠. 당시 미국 NBC방송은 해당 공의 가치를 최소 30만 달러로 추정했습니다. 구단은 로페즈 씨에게 지터의 사인 방망이와 시즌 입장권 등을 선물했습니다.
올 시즌 잠자리채 부대는 야구장 출격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승엽의 400번째 홈런 공을 갖는 행운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또 그 공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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