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습니다. 국내 한 여행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로 떠난 내국인은 약 25만3000명. 이는 지난해보다 18%가량 늘어난 수치라고 합니다. 휴가가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어서인지 ‘이왕이면 해외로 나가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네요. 하지만 국내에도 저 멀리 남해안, 제주도부터 가깝게는 서울 근교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는 절까지… 곳곳에 숨겨진 명소들이 참 많답니다. 이번 휴가 때는 국내로 눈길을 돌려보는 게 어떨까요? 해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보다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국내 휴가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국내 여행, 이래서 합니다”
―국내 게스트하우스 투어를 좋아해요. 해외에도 유스호스텔이 있긴 하지만 거기서 만나는 외국 여행객들과는 아무래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잖아요. 국내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한국 사람이다 보니 말도 잘 통하고 재밌어요. 한국인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그 특유의 공감대와 분위기가 좋다고 할까. 저는 6년 전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 때 그 즐거움을 처음 맛보았어요. 저까지 포함해 총 6명이 숙박 중이었는데 나이부터 하는 일까지 다 달랐어요. 제약회사 영업직, 직업 군인, 플로리스트, 미술선생님, 대학생 등…. 일상생활에선 쉽게 모이기 힘든 사람들끼리 처음 만나 제주도 곳곳을 함께 여행했답니다.(27·여·사무직)
―국내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여정이야말로 국내 여행의 묘미 아닐까요. 지난해 아이들을 데리고 경주 남산 유적을 답사했어요. 문화재 탐방과 함께 공예체험마을, 신라 문화 체험장 등 다양한 코스를 돌았죠. 문화유산 해설사 선생님이 중간 중간 설명도 잘 해줘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초등학교 5학년인 큰아이는 “여기가 교과서에 나온 그 신라 문화가 번성했던 곳이에요?”라며 즐거워했죠. 초등학교 1학년인 막내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장난을 계속 쳤지만 해설사 선생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눈치였고요. 아이들이 현장 답사를 하면서 과거 우리 선조들의 삶을 상상하고 또 느껴보는 시간을 가진 것 같아 뿌듯했답니다.(42·주부)
―해외여행에 대한 로망이야 젊은 친구들 얘기지. 젊을 때는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아. 가보고 싶은 데도 많고. 이 나이 되면 색다른 것보다는 편하게 쉬는 게 최고예요. 뭣 하러 힘들게 해외를 나가요? 5년 전에 중국 단체여행 갔는데, 왜 그렇게 쇼핑센터 같은 데를 많이 데려가는지. 재미도 없고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어요. 음식도 입에 잘 안 맞고. 그래서 그 뒤로부터는 노인정에서 단체로 가는 국내 여행에 꼭 참여해요. 1박 2일로 순천이나 전주만 다녀와도 기분 전환 되고 좋거든요. 길게 갈 필요도 없고, 해외 나가는 것보다 이동시간도 짧아서 아주 편해요.(70·주부)
“호텔 패키지에서 자전거 투어까지”
―올해 여름휴가는 국내에서 보낼 생각입니다. 올해가 과장 승진을 위한 평가를 받는 해여서 괜히 눈치도 보이고, 할 일도 많아서 휴가를 길게 못 가거든요. 그래서 아내한테 도심 호텔 패키지를 제안했어요. 처음에는 아내가 많이 아쉬워했지만 가까운 곳에서 호화롭게 스트레스 풀고 오자며 생각을 바꾸더라고요. 작년엔 멕시코에 갔다 왔는데, 이동하는 데에만 총 이틀이 걸렸거든요. 오히려 휴가 다녀와서 더 피곤했어요. 그에 비하면 국내 호텔 패키지는 가격도 합리적이에요. 숙박은 물론이고 야외 수영장 입장, 조식 및 저녁 뷔페 이용까지 총 45만 원 정도. 저처럼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호텔 패키지가 그야말로 효자 상품입니다.(35·회사원)
―대학생이다 보니 여행할 때 예산에 신경을 많이 쓰게 돼요. 돈을 안 버니까 아무래도 금전적인 제약이 크죠. 해외여행은 비행기 값도 만만치 않고 해서 저는 주로 국내로 여행 가요. 이번 방학에는 ‘내일로 티켓’(자유이용패스)을 사서 남원-순천-여수-통영-부산을 7박 8일간 여행할 거예요. 7일권을 6만7200원에 구입했는데 이 티켓만 있으면 중간 중간 기차를 탔다 내렸다 할 수도 있어요. 여행 계획도 자유롭게 짤 참이에요. 기차 여행은 어렸을 적 아빠랑 대전에 갔던 기억밖에 없는지라 이번 여행이 참 기대되네요.(21·여·대학생)
―장거리 자전거 여행 계획을 세웠어요. 지난해 2주 동안 제자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자전거 여행을 했던 경험이 있거든요. 이번엔 올해 5월 새롭게 개통된 동해안 자전거 길을 달려볼까 합니다. 동해안은 자전거 길이 원래 720km로 부산까지 쭉 이어지는데 지금은 1차 구간만 오픈된 상태예요. 고성 통일전망대에서부터 삼척까지 242km입니다. 쉬지 않고 달리면 16시간쯤 걸려요. 저희는 2박 3일 코스로 잡았는데 하루 더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주변 절경을 천천히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요. 발길 닿는 곳 어디든 잠시 머무를 수 있고요. 건강한 휴식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네요.(43·교수)
―우리 부부에게는 조용하고 느긋한 휴식이 필요해요. 50대에 들어서면서 마음이 괜히 복잡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남편이랑 단둘이 호젓한 절에 들어가 휴가를 보낼 생각이에요. 요즘 사찰마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잘돼 있잖아요. 예불도 하고, 염주 만들기 같은 불교문화 체험도 하고, 명상도 하고, 절 주변 산길도 거닐며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물론 해외로 나가는 친구들 보면 가끔 부러울 때도 있어요. 그래도 곧 남편과 하루쯤 도시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50·주부)
“이런 점은 아쉬워요”
―친구들과 경주에 다녀왔어요. 서울에서 경주까지는 KTX를 이용해 편하게 갔죠.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고생이 시작됐답니다. 일단 버스가 많이 안 다녔어요. 배차 간격도 길어 정류장에서 15∼20분은 기다렸죠. 인터넷에서 찾은 버스 노선도 정류장에 붙어 있는 정보랑 좀 다르더라고요.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내려서 걷고, 또다시 버스 잡아서 타고…. 아주 난리였어요.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인데 이렇게 대중교통으로 돌아다니기 불편하면 안 되죠. 한국인들도 돌아다니기 힘든 도시를 외국인들이 제대로 다닐 수 있겠어요? 표지판은 많이 나아졌다 해도 지방 유명 도시는 대중교통망도 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요.(24·여·대학생)
―‘국내 관광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큰소리는 치지만 막상 그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것 같아요. 이웃 나라 일본만 봐도 비교가 돼요. 도쿄에 쓰키지 시장이라는 거대한 수산시장이 있어요. 방문객들을 위한 각종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하죠. 특히 이곳은 참치 경매 행사로 유명해요. 오전 4시 반부터 경매 참가자 신청을 받아 하루에 딱 140명에게만 참가권을 주죠. 거대한 참치를 즉석에서 해체하는 작업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답니다. 딸기 찹쌀떡, 즉석 가리비구이, 석회구이 등 먹을 것도 많고요. 우리나라 시장들도 ‘거기 젊은 총각, 싸게 해줄게 사요’ 등 호객행위만 하지 말고 자연스레 눈길을 끌 수 있는 여러 콘텐츠를 개발하는 건 어떨까요?(28·사업가)
―골프 여행은 당일이나 1박은 국내 골프장이 싸지만 여름휴가로 조금 길게 5, 6박 갈 때는 해외로 골프 치러 가는 게 가격이 더 저렴해요. 올해는 태국 치앙마이로 5박 6일 여행 가는데 1인당 100만 원 정도 듭니다. 숙박이랑 비행기 비용 모두 포함해서요. 한국에선 고창이나 남해만 가더라도 하루에 20만∼25만 원이니까 5일 연속 친다고 하면 해외로 가는 게 더 낫죠? 간 김에 관광도 할 수 있고. 우리 부부는 거의 매년 친구 내외랑 골프 여행을 가는 편이에요. 앞으로도 여름에는 해외로 나갈 생각입니다. 좀 더 멀리 떠난다는 생각에 확실히 해방감도 더 큽니다.(55·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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