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마지막 문턱 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7일 03시 00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의 마지막 관문이 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접수가 6일 밤 12시에 마감됐다.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해 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이날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7.12% 가운데 일부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보유 지분 전체가 아닌 일부에 대해서만 행사한 이유는 법적으로 합병 이사회 결의가 공시되기 전 취득이 증명된 주식에 대해서만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합병 발표 전 사들인 주식은 4.95%. 이를 모두 행사했을 경우 금액으로 환산하면 주식매수청구 규모는 4425억 원이다. 엘리엇 관계자는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라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철수를 위한 단계를 밟는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삼성물산은 법적 소송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긴장의 끝을 놓지 않고 있다.

일성신약 역시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12% 전부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윤석근 대표를 비롯한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 0.25%도 모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120억 원어치다. 윤 대표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주주 입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삼성물산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합병 계약서에 따르면 전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1조5000억 원을 넘어서면 합병을 철회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삼성물산 보통주 지분 16.21%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합병이 무산된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세금 등을 감안하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실익이 없기 때문에 한도를 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증권사를 통해 접수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이날 오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통보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개별적으로 접수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까지 모두 더해 7일 집계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음 달 1일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6.5%의 지분으로 최대 주주가 된다. 기존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 루트 외에 통합 삼성물산을 통한 지배 루트를 추가로 확보하는 만큼 이 부회장의 그룹 장악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은 통합 삼성물산 출범에 맞춰 이 부회장의 책임경영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삼성은 합병 발표 직후인 6월 초부터 외부 컨설팅 업체들에 삼성물산 합병 및 그 이후 이 부회장의 역할 등에 대한 보고서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합병 추진 과정에서 예기치 못했던 엘리엇 사태 등을 겪으면서 이 부회장 본인 역시 삼성물산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더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그룹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연말 정기 인사 때 또는 내년 초 통합 삼성물산 주주총회 때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등기이사 및 회장 직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삼성 안팎에서 오래전부터 언급돼 온 얘기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접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정임수·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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