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눈물’ 이젠 옛말… 여성중 대졸비율 393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0일 03시 00분


[광복 70년/숫자로 본 대한민국 어제와 오늘]<1>강해진 우먼파워

《 1945년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통계다. 1960, 70년대 ‘한강의 기적’에서부터 1980년대 수출 한국의 부흥, 1990년대 본격화한 민주주의의 발전 등 한국의 발전상은 다양한 통계에 응축돼 있다. 동아일보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숫자로 본 대한민국 어제와 오늘’ 시리즈를 15회에 걸쳐 게재한다. 첫 주제는 대한민국 여성이다. 대한민국이 이만큼 성장하기까지 여성의 공이 절대적인데도 남성만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성의 헌신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광복 70년을 맞는 올해는 여성들에게 뜻깊은 해다. 광복 이후 처음으로 올해 여성 인구가 남성을 앞지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학력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빠르게 늘면서 여성 인권 역시 크게 신장됐다. 대한민국의 성장과 함께해 온 여성의 발전상을 되짚어 보는 것으로 시리즈를 시작한다. 》

주부 김모 씨(64)는 첫딸이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남부럽지 않은 기업에 취업했던 15년 전의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졸업식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딸의 학사모를 썼을 때 그동안 가슴속에 응어리처럼 맺혀 있던 한이 비로소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김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반에서 5등을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꿈꿨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뜻을 접어야 했다. 주산 부기 등을 배워두면 졸업과 동시에 회사 경리로 일할 수 있다는 주위의 말에 그녀가 선택한 곳은 상업고등학교였다. 그곳에서도 그녀의 성적은 뛰어났지만 밑으로 남동생과 여동생이 줄줄이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비단 김 씨만이 아니라 당시 많은 여성이 집안 사정으로 혹은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김 씨가 고교를 졸업했던 1970년만 하더라도 여성 가운데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이는 1.6%에 불과했다. 여성 100명 중 1, 2명이 겨우 대학을 졸업했던 셈이다. 여성의 84.7%는 초등학교 졸업 이하였다. 중학교 졸업은 8.2%, 고교 졸업은 5.5%에 그쳤다.

반면 김 씨의 딸이 대학을 졸업했던 2000년에는 여성의 18.0%가 대졸 이상일 정도로 여성의 학력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그 후로 14년의 시간이 흐른 2014년에는 여성 10명 중 4명꼴(39.3%)로 전문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았다. 여기에는 여성의 높은 대학진학률이 한몫했다. 가부장적 사회가 무너지고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딸들도 아들과 동일하게 고등교육을 받게 됐다. 2009년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처음으로 남학생을 앞지른 후 남녀 학생 간의 격차는 2014년 7.0%포인트(여학생 74.6%, 남학생 67.6%)까지 벌어졌다.

1970, 1980년대만 해도 여성들은 취업을 하더라도 출산과 육아 시기가 오면 자연스레 직장을 그만뒀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 육아휴직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많은 여성이 계속 일할 수 있게 됐다. 2004년 9122명에 불과하던 여성 육아휴직자는 2014년 7만3412명으로 10년 만에 8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같은 기간 48.8%에서 51.3%로 증가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여성이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63년 34.8%에서 2014년 42.0%로 7.2%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남성은 65.2%에서 58.0%로 감소했다.

단지 여성의 취업자 비중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많은 여성이 특유의 섬세함과 끈기를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뚫고 고위직으로 진출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고, 올해 초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에서 여성 고위공무원이 잇따라 나왔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서 여풍(女風)이 불었다는 얘기는 더이상 뉴스가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만들어졌던 ‘금녀(禁女) 지대’도 허물어진 지 오래다.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두드러진 군에서조차 잠수함에서 여군들의 근무를 허용키로 했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센터장은 “각 분야에서 잇따라 배출된 ‘여성 1호’는 그동안 여성 사회 진출의 상징성을 보여 왔다”며 “이제는 특출한 여성 한두 분이 보여주는 상징성을 극복하고 전반적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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