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윤진영 씨(62·여)는 1983년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아 처음 내 집을 마련했던 날을 잊지 못한다. 윤 씨는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 분양에서 수십 대 1의 청약 경쟁을 뚫고 당첨됐다. 1979년 고향인 대전에서 서울로 와 외곽지역의 연립주택들을 전세로 전전한 지 4년 만이었다.
당시 서구식 주거시설을 갖춘 아파트는 꿈의 주택이었다. 1945년 광복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주택보급률(전국 가구 수 대비 주택 비율)은 줄곧 90%에 못 미쳤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1960년 주택보급률은 84.2%였다. 산업화로 인구가 도시지역에 몰리면서 주택보급률은 1970년 78.2%로 더 떨어졌다. 정부는 1972년 주택건설촉진법을 제정해 1981년까지 250만 채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에 대규모 민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으나 1980년 주택보급률은 오히려 71.2%까지 낮아졌다.
분당 산본 일산 중동 평촌 등 신도시들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1992년 전국의 아파트 수(238만3406채)는 1989년(81만7262채)의 3배 가까이로 늘었다.
2002년에야 주택보급률이 100.6%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다. 2003년부터 판교·동탄신도시 등 수도권 2기 신도시가 개발되고, 민간건설사들이 브랜드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2014년에는 118.1%로 상승했다. 하지만 아직도 내 집을 장만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자가 점유율(전체 가구 중 자기 소유 집에서 사는 가구의 비율)은 54.2%에 그쳤다. 영국(70%·2010년), 미국(66.4%·2011년), 일본(61.2%·2008년) 등보다 낮다. 투자 목적의 주택 수요가 많은 데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103.8%(2014년)로 전국에서 가장 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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