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기자의 인저리 타임]강등, 하늘 무너질 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일 03시 00분


▽4일 12개 팀이 일제히 33라운드 경기를 치른 뒤 K리그 클래식은 두 개의 세상으로 나뉜다. 1∼6위 상위 스플릿과 7∼12위 하위 스플릿이다. 두 그룹은 그들끼리만 5경기를 더 치른다. 상위 스플릿은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등 ‘더 폼 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반면 하위 스플릿은 남느냐, 떨어지느냐를 놓고 피 말리는 전쟁을 벌인다. 클래식 12위와 챌린지 1위는 곧바로 무대를 맞바꾼다. 그리고 클래식 11위와 챌린지 2∼4위 경쟁의 승자가 승강을 놓고 다툰다. 1일 현재 챌린지 1위 대구와 4위 서울이랜드의 승점 차는 6점. 8경기나 남아 있어 최종 순위는 예측할 수 없다. 승강제 덕분에 클래식 하위 팀은 물론 챌린지 상위 팀도 막판까지 관심을 받는다.

▽스플릿은 스코틀랜드리그에서 정도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제도다. 하지만 승강제는 축구의 본고장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리그에서 시행되고 있다. 국내 도입은 늦었다. 2000년대부터 얘기는 나왔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아시아축구연맹이 “승강제를 시행하지 않는 국가는 ACL 출전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자 서둘러 받아들였다. 그전에는 축구도 야구나 농구처럼 플레이오프(PO) 제도가 있었다. 2011년에는 준PO 참가자격이 있는 6위도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플레이오프는 사라졌지만 팬들 사이에 논란은 여전하다. PO로 회귀하자는 쪽은 하위 팀이 상위 팀을 잡고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극적인 요소를 그리워한다. 반대하는 쪽은 PO가 정규리그 1위의 가치를 손상시킨다고 주장한다. 둘 다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스플릿은 몰라도 승강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차이만큼은 아니더라도 클래식과 챌린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연봉부터 차이가 크다. 지난해 클래식 전북의 평균 연봉(추정치)은 2억7600만 원이었고, 수원이 2억5600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챌린지에서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구단은 올해 클래식으로 승격한 광주의 6700만 원이었다. 가장 적은 팀은 2800만 원에 불과했다. 기업구단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시민구단이라도 클래식에서 경쟁한다면 투자를 더 하기 마련이다. 팬들의 관심 차이도 크다. 올해 클래식 평균 관중이 8000명 정도인 데 비해 챌린지는 1500명을 조금 넘는다. 더 많은 돈을 받으며 더 많은 팬들의 관심 속에 경기를 하는 것은 모든 프로 선수의 꿈이다.

▽지난해 경남이 챌린지로 강등되자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특별감사를 하고 팀 해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프로는 과정이 필요 없다. 결과만이 중요하다”는 무시무시한 말도 남겼다. 다행히 경남은 해체되지 않았지만 홍 지사의 발언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물론 강등의 아픔은 쓰리다. 하지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승격할 수 있고 클래식 우승도 할 수 있다. 우리보다 승강제를 일찍 도입한 일본에서는 2009년 강등된 가시와 레이솔이 2011년 승격하자마자 정상에 올랐다. 2013년 강등됐던 감바 오사카는 지난해 정규리그를 포함해 승격 첫해 3관왕을 달성한 최초의 팀이 됐다. 일본 프로축구가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방증으로 K리그가 배워야 할 점이다. 강등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와신상담의 시간을 거쳐 권토중래의 나팔을 분다면 얼마나 많은 팬이 열광할 것인가.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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