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의 행복한 100세]나이 70에 상속받은 자녀… 뭘할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6일 03시 00분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절대로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말라. 물려주면 그 다음에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요즘 고령세대 자산가들 사이에 이런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본인들의 노후자금도 걱정이지만 돈이라도 들고 있어야 자녀들이 자주 찾아와서 노년이 외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번쯤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릴 때부터 자녀교육을 잘 시켜서 자녀들 스스로가 부모 공경하는 마음으로 찾아온다면 모르지만 돈을 미끼로 찾아오게 만든다면 그 노년이 얼마나 비참해지겠는가. 차라리 노부부 둘만 남았거나 사별해서 혼자되었을 때에라도 외로움을 이길 수 있는 능력, 즉 ‘고독력’을 키우는 편이 보다 현실적이지 않겠는가? 앞으로 노인들은 더욱더 외로워질 것이고 ‘외로움을 즐기는 힘’은 미래의 핵심 경쟁력이 될 거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또 자녀들에게 많든 적든 재산을 상속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부모라면 그 재산을 언제 물려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인가도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00세에 세상을 떠나면서 70세 된 자녀에게 상속을 한다면 그 재산이 생산적인 곳에 쓰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세상을 떠나는 노인이 이미 노인이 된 자식에게 재산상속을 하는 이른바 ‘노노(老老)상속’은 이제 세계적 현상이 돼가고 있다. 세계 최장수국인 일본은 특히 이 문제가 심각하다. 돈이 노인들 수중에서만 돌고 있기 때문이다. 60대 이상의 일본 고령세대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가 일본 전체 가계금융자산의 70% 가까이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런데 일본 고령세대들은 불안감 때문에 현금을 움켜쥐고만 있다.

돈 가진 세대가 소비도 안 하고 투자도 안 하니 경제 또한 활성화되지 않는다. 일본의 정책당국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많은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고령세대의 수중에서 잠자고 있는 돈이 젊은 세대에 이전되도록 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생전 증여를 하거나 자녀에게 집을 사주면 세제혜택을 주는 것도 이런 정책의 하나이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계금융자산 중 60세 이상의 고령세대가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아직은 30%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문제는 715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세대로 편입되는 시점이 되면 이 비율이 50∼60%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당국의 대응책이 나오지 않고 고령세대의 인식도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 또한 일본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당국은 당국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고령세대의 재산상속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우선 고령세대들은 자신들이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배경을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자신들의 능력이나 노력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지난 30∼40년 동안 우리 경제가 고성장을 계속 해오면서 자산가격이 크게 상승해온 덕분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고성장시대에 혜택을 받은 세대로서 축적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시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때도 그들이 조금이라도 젊을 때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데에 투자를 하거나 꿈이 있는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녀의 장래를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 바람직하다.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재산을 움켜쥐고만 있으면 국가경제를 불황에 빠뜨릴 뿐 아니라 불황의 여파는 다시 자신과 자녀들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물론 노부부가 몇 살까지 살지 또는 노후생활비가 얼마나 들지를 예측할 수 없어서, 사회공헌활동이나 자녀 지원을 망설이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런 때는 우선 현역시절에 가입해둔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기본생활비 정도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를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3층 연금으로 부족하다면 즉시연금이나 주택연금으로 부족분을 보충할 수 있겠는가를 계산해본다. 그 결과 이들 연금으로 기본생활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나머지 재산 중 일부는 안심하고 사회공헌활동이나 자녀들의 투자지원활동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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