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난민 껴안기’ 외로운 늑대의 길? EU 이끄는 리더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8일 16시 53분


◇ 사실 독일은 잠재적으로 패권 국가가 아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독일은 패권이라는 짐을 지기엔 너무 작다.
―독일의 역습(한스 쿤드나니·사이·2015)

유럽연합(EU)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터진 그리스 재정위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국가가 바로 독일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도 불사하겠다”며 악역을 맡아 그리스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 결과 그리스의 초긴축 재정을 이끌어냈다.

독일이 이 협상을 주도했다는 평가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독일이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분석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이 책의 저자인 한스 쿤드나니가 “(독일은) 이웃 국가들에게 자신이 선호하는 규칙을 강요할 정도로 덩치가 크지만 그들이 경제난에서 헤어나도록 도와주기엔 너무 작은 나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일은 패권을 쥐겠다는 야망을 드러낸 적이 없다. 제2차 세계대전 가해국이기에 “패권은 시대착오적 개념”이라는 태도를 갖고 있다. 정치 경제적 주도권을 노린다는 의혹이 생기는 것 자체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현재 독일이 가진 지경학적 딜레마, 즉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국가보다 월등히 커진 경제규모 때문에 이런 의혹이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독일의 경제성장은 EU의 통합과 유로화 덕분에 가능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독일이 주변국에 빚을 진만큼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독일은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난민 문제 해결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난색을 보이는 사이, 독일은 난민들에게 국경을 개방하고 ‘난민 껴안기’에 나섰다. 주변국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독일처럼 난민을 포용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리스 사태와 난민 문제는 독일의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려놨다. 독일은 이 시험에서 아직 이웃국가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우려대로 독일이 외로운 늑대의 길을 걸을지, EU를 이끄는 좋은 리더로 성장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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