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선경 씨(34)는 22일 오후 아는 언니를 만나러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앞을 지나던 중 ‘2015 리스타트 잡페어―다시 일하는 기쁨!’ 행사를 보게 됐다. 우연히 한국야쿠르트 부스를 본 이 씨는 ‘시험 삼아’ 아쿠르트 아줌마 모집 이력서를 냈는데 현장에서 채용됐다. 이 씨는 26일부터 1주일간 교육을 받은 후 야쿠르트 아줌마로 ‘첫 출근’을 하게 된다. ○ 다시 일터로 가는 경력단절여성들
이 씨는 우연히 취업이 된 것 같지만 지난해부터 구직 활동을 해 온 경력단절여성이다. 이 씨는 2004년 결혼하기 전 정보기술(IT) 회사에 사무직 직원으로 근무했지만 결혼 후 출산을 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그동안 초등학교 2학년생(9세)과 다섯 살인 아이를 기르다 보니 다시 일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첫째 아이가 크면서 점점 비싸지는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이 씨는 지난해부터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 씨가 알아본 회사에서는 이 씨가 원하는 시간제가 아닌 전일제 근무를 원했다. 이 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오전 10시∼오후 3시)에만 근무가 가능했다. 주부로서 전일 근무를 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잡페어 행사에 들러 용기를 내 야쿠르트 아줌마 채용 원서를 냈고 고용이 된 것이다. 이 씨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근무를 하고 근무지 역시 집 근처라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며 “나처럼 시간제 일자리를 마음에 품고 있는 주부들이 더 많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육아 등으로 일을 관둬야 했던 여성들은 행사장의 시간선택제일자리관을 돌며 상담을 받았다. 이들은 대부분 자녀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 있는 동안만 일할 수 있다. 스타벅스커피코피아와 코웨이 그리고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을 택해 일할 수 있는 근무 형태에 대해 소개했다. 상담받은 여성들 중에는 향후 면접 및 구체적인 교육 일정을 통보받은 구직자들도 적잖았다. ○ 다시 찾은 일하는 기쁨
리스타트 잡페어 행사에는 ‘다시 일하는 기쁨!’이란 슬로건에 걸맞게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층이 몰려들었다. 양복에 넥타이까지 맨 이들은 부스를 차린 기업 중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기업 서너 곳을 고른 후 상담을 받았다.
김준곤 씨(56)는 일을 쉰 지 1년 만에 리스타트 잡페어 행사를 통해 새 직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 씨는 20일자 동아일보 리스타트 시리즈 7회 기사에 실린 ‘왈츠와닥터만’(커피 박물관 및 레스토랑 운영 업체) 사례를 눈여겨봤다. 왈츠와닥터만은 전체 직원 중 절반 이상을 50대 이상으로 채용하고 있다. 김 씨는 처음부터 왈츠와닥터만에서 상담을 받을 목적으로 22일 리스타트 잡페어 행사장을 찾았다. 의료기기 회사를 운영했던 김 씨는 수년간의 영업 업무를 통해 서비스 정신을 익혔다. 이는 왈츠와닥터만과의 상담을 통해 잘 드러났다. 왈츠와닥터만은 김 씨에게 레스토랑의 홀서빙 업무를 제안했다. 김 씨는 27일 본사를 찾아 최종 면접을 볼 예정이다. 왈츠와닥터만 관계자는 “행사장에서 상담을 진행한 사람 중 김 씨를 포함한 3명은 우선 채용 대상자로 분류한 상태”라고 전했다.
처음 해보는 홀서빙 일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김 씨는 “영업 일을 통해 오랫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 왔다. 레스토랑에서 손님을 대하는 일도 이와 비슷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일이 잘 풀리길 바란다’는 기자의 말에 “좋은 기회를 마련해준 동아일보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넬 정도로 그는 친절이 몸에 배어 있었다.
○ 자신 있게 적극적으로 구직하라
리스타트 잡페어 행사를 통해 바로 일자리를 얻은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구직 활동을 이어가야 하는 이들도 많다. 행사에서 만난 경단녀 및 중장년층 구직자들은 “쉬는 것보다 일하는 게 쉽다”며 취업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김현준 씨(58)는 “재취업을 할 때 사실 100% 만족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기란 쉽지 않다”며 “특히 중장년의 경우 과거 내가 무엇을 했는지, 어떤 자리에 있었는지를 생각하기보다 얼마나 틀을 깨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가 경제의 성장과 위기를 지켜본 중장년층 구직자들은 국가 경제 전체가 좋아지길 바라는 소망도 잊지 않았다. 이장훈 씨(60)는 “경제 성장 동력이 커져 일자리 자체가 많아진다면 중장년과 청년 모두 좋을 것이다”라며 “난 아직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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