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행복원정대/동아행복지수]
집단주의 성향 강한 한국… 주변의 평가에 민감반응
개인 중시 유럽보다 행복도 낮아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 씨(47)는 부동산 부자다. 20대 때부터 꾸준히 주식에 투자해 약 100억 원을 벌었다. 이 돈으로 대학가 인근 오피스텔을 구입했다. 최 씨가 소유한 오피스텔 방은 11개. 월세 소득만 한달에 800여만 원이다. 그의 집 서재에는 ‘부자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가득하다. 최 씨는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등 진짜 부자들과 비교하면 돈이 많다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재산을 모으고도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 각종 국제기구의 행복도 조사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한국인의 주관적인 행복감이 중하위권에 머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처럼 비교 성향이 강한 일본이나 싱가포르도 경제수준에 비해 행복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개인과 집단의 의견이 충돌할 때 한국이나 일본은 개인이 포기하도록 강요한다. 반면 북미나 유럽 국가처럼 주관적인 행복도가 높은 나라들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
심리학계에서는 행복이라는 씨앗은 개인의 자유가 높은 토양에서 자란다고 보고 있다. 한국식 집단주의는 국민적인 금 모으기 운동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하거나 붉은악마가 국가대표팀 축구를 응원할 때 위력을 발휘한다. 반면 서열에 따른 뚜렷한 역할 분담이 있어 주변 평가에 민감해지는 문화가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올 초 40대 가장이 자신의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서초동 세 모녀 살인 사건’ 역시 상대와 비교하다 불행에 빠진 극단적인 사례다. 범인은 서울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11억 원에 달하는 아파트와 예금 4억 원을 갖고 있었음에도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죽으면 남은 가족이 멸시받을 것 같아 함께 죽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주관적인 평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인 신뢰와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문화가 생겨야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행복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 특별취재팀
△정치부=김영식 차장 spear@donga.com △산업부=정세진 기자 △정책사회부=유근형 기자 △스포츠부=정윤철 기자 △국제부=전주영 기자 △사회부=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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