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의원 “지역공약 위해 쪽지 밀어넣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6일 03시 00분


[제19대 국회 참회록]<3>새누리 재선 박민식 의원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51·부산 북-강서갑·사진)은 2013년 11월 ‘한국정책금융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사의 주된 사무소를 부산에 둔다’는 것을 명문화하자는 내용이다. 2009년 10월 설립된 정책금융공사 본사는 현재 서울 영등포구에 있다. 그는 왜 이런 법안을 발의했을까.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부산에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선박금융공사는 선주나 조선소, 조선기자재 생산 기업에 정책자금을 빌려주는 곳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후 공사 설립을 검토했다. 그러나 정부가 해운사를 직접 지원하면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와 결국 철회됐다.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부산 지역의 숙원사업이었다. 정부는 ‘불가 결정’을 내렸지만 부산 지역 의원들은 그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박 의원이 “선박금융공사가 안 되면 정책금융공사라도 부산으로 옮겨 달라”며 법안을 낸 이유다.

부산에만 혜택을 주는 이 법안은 당연히 통과되지 않았다. 26개월째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박 의원은 이 대목부터 참회했다.

“(통과가) 안 될 줄 뻔히 알았다. 그런데도 우리의 주장이 얼마나 강경한지 과시하기 위해 법안을 냈다. 지역의 이해관계가 걸리면 신기할 정도로 국가 전체의 이익은 안중에 없게 된다. 사고가 딱 멈춘다.”

국회의원이 되면 누구나 “헌법을 준수하고 …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라고 선서한다. 하지만 지역의 이익 앞에 취임선서는 ‘공염불’이 된다.

박 의원은 2008년 총선 당시 정형근 전 의원을 제치고 공천받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그때 공약한 게 ‘부산학생예술문화회관 건립’이다. 원내 진입에 성공해 회관 건립 예산을 따내려 했지만 초선 의원의 ‘말발’은 먹히지 않았다. 2010년 말 예산안 처리를 눈앞에 두고 박 의원이 선택한 것은 ‘쪽지’와 ‘겁박’이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들에게 줄기차게 쪽지를 들이밀었다. 기획재정부 담당자를 만나 “예산을 반영해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두고 보자”며 으름장을 놓았다. “사전에 회관 건립에 예산이 얼마나 들지 충분한 검토도 하지 않고 약속부터 했다. 국회의원 임기가 절반쯤 지나자 다급한 마음에 예산 배정 절차도 밟지 않고 막무가내로 손을 벌리게 되더라.” 어쨌든 430억 원이 들어간 부산학생예술문화회관은 2013년 9월 개관했다.

2012년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무위 간사였던 박 의원은 ‘안철수 저격수’를 자처했다.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안 의원 관련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박 의원은 그때를 돌아보면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당시에도 ‘특수부 검사’인 것처럼 상대방을 무조건 꺾어 넘어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민의 대의기관이란 본질은 사라지고 당파성만 남아 있던 셈이다. 당을 위한 살벌한 무기, ‘예리한 칼’이었을 뿐이다.”

박 의원의 기억 속에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2009년 7월 미디어관계법 직권상정을 앞두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야가 동시에 본회의장을 점거했을 때다. 오전 4시쯤 잠에서 깼다. 본회의장에는 여야 의원들이 다들 담요를 덮고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이지….’ ‘실존적 고민’이 엄습했다고 한다. “정당의 이해관계가 국회를 질식시키는 틀을 깨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박 의원의 ‘실존적 고민’이 20대 국회에서는 달라질 수 있을까.

※ 박민식 의원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외무고시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부산지검과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특수부 검사로 일했다. 18, 19대 재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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