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만나 스마트공장으로… 中폭스콘 불량률 30% 낮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7일 03시 00분


[한국경제, 새 성장판 열어라 /2016 연중기획]
[ICT 융합이 미래다]<中>신산업으로 부활하는 굴뚝산업

《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본업(本業)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부가가치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영국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롤스로이스가 고객사에 판매한 항공기 엔진으로부터 나오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엔진 교체 스케줄 등을 관리하면서 추가 수익을 올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제조업체들은 ICT 융합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자 해외로 옮겼던 공장을 본국으로 되돌리고 있다. 하지만 ICT 융합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모델을 만들어 내야만 ICT 융합이 지속될 수 있다. 》

21일 중국 충칭(重慶) 시에 위치한 폭스콘 공장.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한 이 공장은 면적이 서울 여의도의 절반(131만1450m²)에 이를 정도로 광대했다.

공장 D구역엔 하루 평균 4만여 대의 프린터를 생산하는 라인이 있다. 높이 3m가량의 원형 통에 담긴 플라스틱 원액이 사출성형기로 들어갔다. 사출기를 통과하면서 액체는 프린터 부품 모양으로 바뀌었다. 그 부품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조립구역으로 들어갔다.

여기까지는 한국의 일반 공장 모습과 똑같다. 하지만 올해 7월이 되면 충칭 공장의 모습은 크게 바뀌게 된다. 폭스콘은 SK㈜ C&C와 협력해 올 상반기(1∼6월)에 이 공장을 스마트공장으로 만들기로 했다. 생산라인 곳곳에 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물인터넷(IoT)도 적용할 예정이다.

폭스콘 계열사인 맥스너바의 가오스중(高世忠) 부사장은 “매출 기준 세계 30대 기업인 폭스콘이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면 생산 주기와 불량률이 모두 30%씩 줄어 제조업 경쟁력이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던 중국의 제조업체들이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공장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중국뿐 아니다. 선진국의 제조업체들은 ICT 융합을 통해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실현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으로 경쟁력을 잃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렸던 제조업이 ICT와 만나면서 신산업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 서비스업으로 진화하는 제조업

독일의 BMW와 폴크스바겐에 자동차 부문을 매각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최근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서비스 부문에서 올리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판매한 전 세계 수만 대의 항공기 엔진에서 나오는 신호 데이터를 빅데이터 기법으로 분석해 보수 혹은 엔진 교체 스케줄을 관리해 새로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과거 단순히 항공기 엔진 판매에서 끝났던 사업이 이제는 엔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연장됐다.

미국의 로컬모터스라는 소규모 자동차회사는 전기자동차를 불과 18개월 동안 300만 달러(약 36억 원)로 제작해 자동차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GM이 6년에 걸쳐 65억 달러(약 7조8000억 원)를 투입해 전기자동차를 만들어낸 것과 비교된다.

로컬모터스의 마법은 ‘융합기술’ 덕에 가능했다. 로컬모터스는 인터넷을 통해 전기차의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전 세계에 공모했고(크라우드 소싱), 3차원(3D) 소프트웨어와 3D 프린터로 시제품을 만들었다. 제작은 기존 자동차회사들의 부품을 활용했고 판매는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컴퓨터나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는 단순히 기존 업무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주는 데 그쳤지만 최근에는 ICT가 아예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업종 자체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턴하는 제조업

제조업에 ICT가 접목되면서 해외로 나갔던 공장이 유턴하는 현상도 생기고 있다. ICT 융합으로 제조업 현장의 근로자 수가 줄어들자 기업들이 신기술 보호와 시장 접근성을 고려해 공장을 본국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해외로 공장을 옮긴 미국 제조업체가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온 경우는 2만5000건 이상이다. 중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로 떠난 미국 제조기업의 61%도 미국 등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14년 7월 ‘제조업혁신 3.0 전략’을 수립해 정부 차원에서 제조업과 ICT 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까지 1조 원을 들여 제조업과 ICT를 융합한 스마트공장 1만 개를 짓겠다는 것이다. 이미 조선해양과 자동차 분야에서 ICT 융합은 구체화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주도로 선박에 IoT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십’을 개발 중이고, 자동차와 ICT 인프라를 결합한 ‘스마트카톡(Car-Talk)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 “ICT 융합이 만병통치약 아냐”

독일은 2012년 ICT를 통해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며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추진했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독일 지멘스와 보쉬, 인피니온 등 주요 기업들이 ICT 융합을 위한 표준화를 놓고 토론을 벌였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중소기업들은 효율성에 의문을 품으면서 ICT 융합에 소극적이었다. 빅데이터에 대한 해킹 우려도 높고, 시설 공유에 따른 저작권 문제도 있었다. ‘ICT 융합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제조업 근로자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독일 내부에선 “인더스트리 4.0은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팽배했다.

결국 독일 정부는 지난해 4월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보완하기로 했다. 경제통상부와 교육과학부가 주도권을 잡고 표준 등과 관련한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강성 노조인 철강 부문의 근로자도 포함시켜 스마트공장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 더 폭넓은 정치적,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스마트공장 실용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임재현 포스코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ICT 융합이 제조업체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한국도 독일에서 제기됐던 문제점들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은 ICT 융합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해 시장 자율적으로 표준화 작업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iot#사물인터넷#스마트공장#폭스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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