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목받는 인물 중 하나는 셜록 홈스다. BBC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 책 등 관련 문화상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책만 해도 홈스 시리즈에 등장한 사건을 새롭게 조명한 ‘셜록 홈즈와 베일에 가린 탐정’, 홈스의 추리를 기호학으로 풀어 본 ‘셜록 홈스, 기호학자를 만나다’, 홈스의 생애를 탐구한 ‘셜록 홈즈의 세계’ 등이 연이어 나왔다.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찾아내는 것’, 추리소설의 서사는 단순해 보이지만 트릭은 정교하고 결말의 쾌감은 짜릿하다. ‘셜록 홈스’의 작가 코넌 도일을 비롯해 ‘명탐정 푸아로 시리즈’의 애거사 크리스티, 천재 유가와 교수를 내세운 히가시노 게이고 등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추리소설 작가가 많다.
한국엔 왜 명탐정이 없을까. 이 질문은 ‘왜 한국에는 추리소설이 별로 없을까’로 바꿔 볼 수도 있다. 장르소설 위주라는 웹소설 사이트에는 대개 로맨스물이나 무협소설이 올라온다. 공상과학(SF)의 경우 작품 수는 적어도 배명훈 김보영 씨 등 젊은 작가들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고 마니아층도 탄탄하다.
과거 한국에 소설 속 명탐정이 없었느냐 하면 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첫 추리소설가로 꼽히는 김내성이 1930년대에 선보인 탐정 유불란(프랑스 추리소설가 모리스 르블랑의 음차)을 비롯해 1950년대 작가 방인근의 장비호 탐정, 김성종의 오병호 형사, 이상우의 추병태 경감 등 소설에서 활약한 명탐정 혹은 명경찰이 있었다.
추리소설 평론가인 박광규 씨는 추리소설이 부진한 풍토에 대해 “독서 인구의 연속성이 없다”는 점을 든다. 남녀노소에게 두루 어필하는 서양 추리소설과 달리 우리 추리소설에는 성인물에 가까운 묘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어린이 청소년들이 읽기 적합하지 않은 통속적인 장르로 여겨졌다. 추리소설이 SF와 마찬가지로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임에도 이런 인식으로 인해 폄하됐던 게 사실이다.
전문성이 달리는 것도 요인 중 하나다. 미국 추리소설 작가 마이클 코널리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범죄담당 기자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사건 사고 경험을 축적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의 한 추리소설 작가는 최근 대담에서 창작할 때 경찰 기록을 참고한다고 밝혔다. “추리소설 한 편 쓰려면 친한 경찰이 있어야 하는”(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대비된다.
그렇지만 명(明)도 보인다. 우선 독자층을 넓혀가는 소설들이 눈에 띈다. 어린이 추리물 ‘플루토 비밀결사대’와 여고생이 주인공인 ‘선암여고 탐정단’은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전문성을 갖춘 작가도 있다. 현직 부장판사인 도진기 씨는 매일 접하는 수사와 재판 기록을 토대로 ‘고진 변호사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사라진 한국의 명탐정이 다시 활약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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