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탐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1925∼1970)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된 소설가 신경숙 씨(사진)가 검찰이 조사한 e메일 답변에서 “표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논란은 신 씨가 1996년 발표한 단편소설 ‘전설’이 미시마의 ‘우국(憂國)’을 표절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신 씨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미국에 체류하던 신 씨를 상대로 e메일 조사를 벌여 표절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신 씨 사건에 대한 법리 검토를 상당 부분 진행한 검찰은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필요하면 최근 귀국한 신 씨를 소환할 방침이다.
이 논란은 소설가 이응준 씨가 “신 씨가 1996년 발표한 ‘전설’이 미시마의 ‘우국’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미시마 작품의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는 문장과 신 씨의 작품 ‘전설’의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라는 문장 등이 유사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 씨는 당시 “‘다른 소설가’의 저작권이 엄연한 ‘소설의 육체’를 그대로 ‘제 소설’에 오려 붙인 명백한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신 씨를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서게 됐다.
신 씨는 지난해 6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 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책 내용에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신 씨는 출판사를 속여 업무를 방해하고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로 고발됐지만, 신 씨의 책이 수백만 부가 팔려 나간 만큼 출판사를 사기의 피해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법원 판례도 기존의 저작물을 다소 이용했다 해도 기존 저작물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는 별개의 독립적인 신저작물이 됐다면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1998년 소설가 김진명 씨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며 A 씨가 제기한 제작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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