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학원이 때 아닌 호황을 맞았습니다. 올 9월 면허 시험이 까다로워지기 전에 미리 면허를 따 두려는 응시생들이 몰려들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말이 많습니다. “면허 따기가 어려워지면 학원 비용만 많이 들어간다” “그동안 시험이 너무 부실했다” 등등.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쾌속면허’에 숨겨진 불안감
“면허증 따는 데에 딱 사흘 걸렸어요. 15일에 학과시험을, 16일에 기능시험을, 18일에 주행시험을 봤어요. 한 번도 떨어지지 않은 덕분에 주행시험 합격 후 15분 만에 바로 면허증이 나왔죠. 면허증이 뚝딱 나오니 너무 신기하더군요. 중국인들이 왜 한국에 원정 와서 외국인면허증을 발급받는지 알겠더라고요. 중국에서 한국 면허증을 콰이쑤즈자오(快速執照·쾌속면허)라고 한다죠. 그런데 한국 운전면허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어요. 중국 상하이(上海)는 이미 한국 운전면허를 중국 운전면허로 바꿔주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황교석 씨(24·대학생)
“1종 보통 면허소지자예요. 신체검사와 같은 면허증 갱신 절차가 딱 10분 걸렸죠. 신체검사장에서 ‘왼쪽 가리세요, 다음 오른쪽 가리세요’라고 말하곤 검사를 끝내더라고요. 제 시력이 좌 1.0, 우 1.0으로 나왔는데, 실제 시력은 그보다 훨씬 낮거든요. ‘이럴 리가 없는데’ 하며 시험장을 나왔죠. 사실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노인 분들이 그대로 통과되면 또 다른 위험요인이 아닐지 걱정이 됐어요.” ―강주경 씨(35·주부)
“운전면허증을 간편하게 딴다는 말은 운전 미숙자도 그만큼 도로에 많이 나온다는 얘기잖아요. 이게 맞는 걸까요. ‘빨리 빨리’를 강조하는 이면에 우리나라 특유의 안전불감증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요. 면허 취득 후에도 개인적으로 도로주행 연수를 받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렇게 운전면허 딴 사람들과 무서워서 어떻게 같이 운전하겠어요. 별도의 교육을 받지 않고도 면허를 취득하고 도로에서 무사히 운전할 수 있어야 ‘면허’의 진짜 의미가 살지 않을까 합니다. 게다가 손쉽게 면허를 따는 만큼 운전 역시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돼요. 시험이 좀 어려워진다는데 다행이에요.” ―류승민 씨(42·자영업자)
‘앱’ 독학으로도 뚝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동영상으로 운전면허 시험을 독학하고 있어요. 필기로 치르는 학과시험은 ‘운전면허’라는 앱에서 모의고사를 보고 준비했어요. 실제 시험도 컴퓨터로 보니 도움이 됐죠. 장내 기능시험은 유튜브 동영상을 봤어요. 꽤 구체적으로 알려주더군요. 운전석에 한 번도 앉아보지도 않고 장내기능시험에도 합격했어요. 도로주행시험도 학원 안 다니고 도전할 거예요.” ―정라희 씨(22·대학생)
“실내운전연습장에서 3차원(3D) 시뮬레이터로 운전 연습을 했어요. 보통 학원에서 한 시간 주행강습을 받으면 시험 코스 두 번 돌고 마친대요. 3D로 부지런히 연습하면 같은 코스를 한 시간에 5, 6번까지도 주행할 수 있어요.”―황교석 씨(24·대학생)
“인터넷으로 혼자 준비하면 아무래도 운전법이 몸에 익지 않을 거예요. 손으로 직접 핸들을 돌리고 기어도 조정하고 발로 브레이크를 밟아 봐야죠. 눈으로만 공부하고 시험 통과하면 ‘반쪽 면허증’을 따는 거죠.” ―박모 씨(46·운전강사)
면허취소 기간에 ‘도주’ 빈번
“음주운전에 적발될 때 면허가 취소되는 기간이 대개의 경우 1∼2년이더라고요. 술 한 잔으로도 일가족을 사망케 할 수 있는 게 음주운전 아닌가요. 이들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감안할 때 면허 취소 기간이 너무 짧은 것 같아요.” ―안모 씨(26·군인) “술 마시다 밤에 친구가 생각났어요. 치킨을 직접 갖다 주려고 운전하다가 이면도로에서 접촉 사고를 냈죠. 혈중알코올농도 0.1%가 넘었고, 1년간 운전면허 재취득이 금지됐어요. 운전을 안 하면 안 되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어서 행정구제소송을 냈는데 기각됐죠. 지금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모 씨(39·자영업자)
“면허 정지·취소된 사람들은 처벌 수위가 높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음주운전은 엄중히 단속해야 합니다. 도로교통공단에서 교육을 받으면 면허 정지 기간을 최대 50일 줄여줘요. 면허취소 기간을 무조건 늘리는 건 위험해요. 생계형 운전을 하는 분들은 몰래 무면허운전을 하는데, 도중에 사고가 나면 가중처벌이 두려워 도주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영미 씨(35·도로교통공단 교수) 쉬운 면허 차량, “무섭다”
“독일의 운전면허 시험은 어렵기로 유명해요. 939개의 문제은행에서 나오는 96개 문제 중 88문제 이상을 맞혀야 필기시험에 통과하죠. 적십자사의 8시간 응급처치 과정도 이수해야 하고요. 2년은 임시 면허증을 사용하는데 소지자가 속도위반이나 신호위반 등으로 적발되면 220유로(약 28만 원)를 내야 하죠. 독일의 사고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9위에 그치죠. 한국은 10.8명으로 1위라지요.” ―하나 쇼엔마이어 씨(34·디자이너)
“면허 취득 후 2년까지를 초보운전자라는데 이들의 사고율이 높아요. 현행 제도는 운전 역량과 소양을 제대로 점검 못하는 것 같아요. 연수 시간이 예전처럼 10시간으로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이영미 씨(35·도로교통공단 교수)
“요즘 면허시험이 쉽긴 하죠. 16년 전 제가 시험을 볼 때와는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장내기능시험도 직선으로 50m만 쭉 몰고 가면 끝이고 T자, S자 코스 주행도 없고 굴절로나 경사로 주행도 없던데요. 가르쳐 준대로만 하면 한 번에 붙겠더군요.” ―류승민 씨(42·자영업) 어려운 운전면허, “돈 많이 든다”
“55만 원만 내면 합격할 수 있다는 학원 광고를 보고 혹해서 등록했어요. 기능시험은 한 번에 합격했는데 주행시험에서 실격해서 추가 교육을 10시간 신청했죠. 강습료가 한 시간에 4만4000원이에요. 20분짜리 주행시험 코스를 두 번 돌고 오는 건데 비싼 편이죠. 결국 총 비용은 100만 원 가까이 들었네요. 이 비용은 2000년에 약 70만 원, 2010년에약 100만 원이었다고 들었어요. 2011년 운전면허취득 간소화 취지 중 하나가 ‘취득 비용 절감’이었다고 알고 있어요. 9월부터는 시험이 어려워진다는데 그럼 시험탈락률도 높아지고 의무교육시간도 늘어날 테니 운전면허시험을 통과하는 데 드는 비용은 더 늘어나지 않겠어요? 경기도 안 좋아 다들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을 텐데, 앞으로 면허 따려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더 부담될 것 같아요.” ―김찬세 씨(20·대학생)
“학원의 주수익은 주행강습료와 주행시험 응시료예요. 시험이 어려워지면 학원이 돈을 더 많이 벌 것이란 예상을 부인하긴 어려워요. 장내기능시험 의무교육 시간이 2시간 늘어서 강습료도 지금보다 7만∼8만 원 더 늘 거예요. 수강생 입장에서는 시험도 어려워지는데 돈까지 더 드니 부담이 커지죠.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래도 잘못하면 사람이 죽고 다칠 수도 있는데, 비용만 따지는 건 잘못됐다고 봐요.” ―정모 씨(51·운전학원 직원)
“일본 운전면허 시험은 꽤 까다로워요. 면허 취득 전 받아야 하는 교육 시간이 60시간으로 한국(13시간)보다 네 배 이상으로 길죠. 비용도 25만 엔(약 250만 원)으로 대학졸업자 첫 월급과 맞먹어요. 그리고 시험이 너무 어렵다보니 응시자들이 운전면허 학원 근처에서 합숙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시다 미치코 씨(30·은행원) 오피니언팀 종합·안나 인턴기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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