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신문을 읽는 방법이 다양해졌습니다. 종이 신문뿐만 아니라 컴퓨터나 휴대전화로도 읽을 수 있지요. 어디서 읽든 ‘간결하고 정제된 글로 빠르게 전하는 소식’이라는 신문의 본질엔 변함이 없습니다. 신문의 미덕과 매력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 나만의 싱크탱크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다녔어요. 10대부터 신문팔이에 나섰죠. 버스에서도 신문을 팔았답니다. 열심히 일한 덕에 신문사의 대전지사 판매부장이 됐죠. 신문을 항상 끼고 사니 지식 공백이 절로 메워지더군요. 수필가로 등단하고 늦은 나이에 사이버대에서 공부했어요. 아이들에게도 사설과 칼럼, 기사를 보여줬어요. 우리 딸은 사교육을 안 받고도 서울대에 갔답니다. 신문은 제 인생이에요.”―홍경석 씨(50·경비원)
“신문은 저만의 ‘싱크탱크’예요. 기획기사나 칼럼은 강렬한 통찰력을 줄 때가 많아요. 신문도 뒷면부터 거꾸로 읽어요. 시사 이슈나 일상적 삶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을 읽으면서 제 생각도 다듬을 수 있죠. 강연 참고자료로도 신문을 활용해요.”―유영만 씨(53·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친구들과 신문으로 시사 이슈를 정리하고 토론 면접도 준비해요. 신문을 읽을수록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고 그에 대응하는 방패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이재명 씨(27·취업준비생)
“오늘 신문박물관에 와서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태를 알게 됐네요. 광고란에 한자로 ‘빌 공(空)’자를 실은 신문 사진을 처음 봤어요. 신문이 그 시대의 정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신문 정신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결국 국민의 의식이 되는 것 같아요.”―김다흰 씨(23·디자인 전공 대학생)
“일본은 매일 4424만 부의 신문을 발행하는 나라예요. 일본신문협회 조사 결과 ‘사회인이 되면 신문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61.7%나 됐죠. 신문을 읽지 않으면 사회인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죠. 일본인에게 신문은 여전히 필수품이에요.”―한 일본인(45·모 대학 일문학과 교수)
산과 바다, 군대에서도
“제주와 목포를 오가는 크루즈선에 동아일보를 비치했어요. ‘바다 위에서 신문을 읽으니 색다르고 좋다’는 반응이 많아요. 배에 TV가 있지만 승객들이 각각 보고 싶어 하는 채널들이 달라서 선택의 폭이 좁죠. 하지만 신문은 자신이 원하는 기사를 골라 볼 수 있죠.”―정운곤 씨(59·씨월드 고속훼리 총괄관리이사)
“신문이 위기라고 하지만 군대에선 달라요. 장병들이 가장 편하고 안정적으로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수단이거든요. 부대 환경에 따라 인터넷을 접하기 힘든 지역이 있지만 신문은 산과 섬 등 어디든지 배달되죠. 서울과 떨어진 오지에선 신문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죠.”―한 군인(34)
“오후 5시 반부터 서울 광화문 인근 동아일보사 앞은 오토바이 잠바부대로 붐비죠. 갓 나온 내일 자 신문을 배달하는 사람들이에요. 신문들은 대기업 홍보실, 증권사 등 정보가 빨리 필요한 곳이나 가판대로 가요. 예전엔 신문을 빨리 보려고 20∼30명씩 길게 줄을 서서 사 가기도 했어요. 요새는 그보다는 훨씬 덜하긴 해요. ”―한 신문 택배기사(45)
신문 넘길 때의 매력
“매일 10개 신문을 읽어요. 신문을 넘길 때 착착 손에 감기는 맛이 좋답니다. 전 신문 잉크냄새도 좋아해요. 신문을 보는 행위 자체가 만족감을 줍니다.”―임형주 씨(30·팝페라 테너)
“난시가 있어서 오후에 컴퓨터 화면을 보면 눈이 침침해져요. 종이 신문은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읽을 수 있어 좋아요. 종이를 넘길 때 나는 사락사락 소리가 꼭 머릿속으로 정보가 들어오는 소리 같죠.”―전명훈 씨(49·자영업자)
“무의식적으로 신문용 회색 종이에 쓰인 글씨에 대해선 검증된 정보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인터넷에는 걸러지지 않은 내용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인쇄된 글자를 더 신뢰하는 것이지요.”―정모 씨(28·대기업 직원) “방충망에 먼지가 끼면 망 한쪽에 신문지를 붙이고 반대쪽에서 청소기로 빨아들이세요. 쓰레기봉투가 덜 찼는데 악취가 나는 경우에도 신문지 2, 3장을 적셔서 봉투 위를 덮어두면 좋아요. 가구를 옮길 때 줄자가 없으면 신문지를 펼쳐서 대각선 방향으로 접어보세요. 그 길이가 약 1m예요.”―임옥진 씨(59·주부) 사유와 글쓰기의 교본
“매일 아침 8시에 신문을 읽어요. 언어영역 문제를 시간 내에 푸는 게 힘들었는데 이젠 비(非)문학 지문을 비교적 쉽게 풀 수 있게 됐어요. 글의 구조와 논리 전개 방식이 익숙해져서죠. 책상 앞에 기사를 오려 붙여놓기도 해요.”―김현우 양(17·고교생)
“학생들은 직접 칼럼을 써서 매년 칼럼노트 한 권을 만들죠. 덕분에 언어·사회탐구영역에서 점수도 오르고, 사고력도 향상됐어요. 대입논술과 토론면접 때도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언론계에 진출한 졸업생도 꽤 있답니다.”―윤치영 씨(56·경기 안성 가온고 교감)
“사설과 칼럼을 글쓰기 교본으로 삼으면 좋아요. 논리 흐름이 분명하고 짧은 문장에 간결하고 분명한 표현만 담겨 있거든요.”―윤희각 씨(43·부산외국어대 영상미디어학과 교수)
“국내 국어 교육은 문학 위주의 글이 많아요. 우리도 미국처럼 교과서에 저널리즘적인 글쓰기를 많이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문을 많이 읽으면 논리적으로 말하고 듣고 쓰는 훈련을 할 수 있죠.”―김정탁 씨(55·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종이 신문은 계속된다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일반기사보다는 카드뉴스나 그래픽뉴스를 많이 보죠. 온라인 일반기사는 배너 광고가 함께 떠서 자꾸 글자를 가리기 때문이지 일반뉴스의 가치가 낮아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글을 전달하는 수단보다는 글의 질이 중요한 것 같아요. 글이 좋다면 어떻게든 세상에 나오고 퍼지게 되어 있어요. 종이 신문 기사도 글에 힘이 실려 있으면 사람들은 사진으로 찍어서 카톡으로 재빠르게 공유해요.”―윤모 씨(22·대학생)
“요새 사람들이 신문을 안 본다고들 하지만 종이 신문에 대한 수요가 주는 건지, 뉴스에 대한 수요가 주는 건지 핵심을 잘 봐야 해요. 인간의 생활이 스마트폰 위주로 진화해 가는 것일 뿐 뉴스에 대한 궁금증이 줄진 않을걸요. 콘텐츠를 넣어 가는 바구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거죠. 스마트폰으로 보는 기사라고 해서 종이 신문 기사와 내용이 크게 다르지도 않잖아요.”―이모 씨(31·S전자 무선사업본부)
“앞으로도 신문이 없어지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다만 종이로만 팔아서 살아남기 힘든 거겠죠. 종이 신문 기사와 온라인 신문 기사를 가르는 기준은 콘텐츠의 성격입니다. 영국 가디언은 빨리 써야 할 속보는 온라인으로 내보내고 그에 관련된 인터뷰나 뒷이야기 등 기획성 기사는 지면으로 내보내죠. 우리도 기사 등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게재할 플랫폼을 구분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오세욱 씨(39·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읽는 사람도 많지만 종이 신문 특유의 매력도 이어졌으면 해요. 외국에선 카페에 신문을 끼고 들어와 커피와 빵을 즐기면서 신문을 오래 읽다 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풍경을 많이 봤으면 해요.”―조문호 씨(73·D베이커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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