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인공 향료가 첨가된 음식을 먹지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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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요리사 故 장피에르 코프 著… ‘쓰레기를 먹는 것은 이제 그만!’

“멈춰! 그건 쓰레기야.”

1979년 프랑스 카날플뤼스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대가족(La Grande Famille)’에 출연한 음식비평가의 한마디에 스튜디오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는 제작진이 음식 재료로 슈퍼마켓에서 사온 소시지와 햄을 사회자에게 집어던지며 “수치스러운 음식!”이라고 일갈했다.

요리사이자 음식평론가, 작가로 유명했던 장피에르 코프가 TV에서 스타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29일 78세의 나이로 타계한 코프는 현대식 정크푸드와 싸우며 프랑스 미식(美食)의 전통을 지켜온 투사로 프랑스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머리와 둥근 테 안경이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수많은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직설적인 화법으로 ‘나쁜 음식’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에게 공격을 당한 요리사와 레스토랑, 식품회사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출판사들은 그를 반겼다. 거의 반세기 동안 그가 출간해 온 책이 100만 부나 넘게 팔렸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먹는 것은 이제 그만!’ ‘값싼 가격으로 맛보는 요리의 즐거움’ ‘코프의 일생’ 등은 그의 타계 소식에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1938년 프랑스 동부 뤼네빌에서 태어난 코프는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아버지를 전장에서 여의고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는 어머니에게 요리를 배우며 프랑스 전통 식습관이 몸에 뱄다고 회고했다. 파리에서 출판사, 기업 홍보실, 문방구 관리자, 연극배우, TV 진행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갖던 그는 1976년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그는 1979년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과들루프에서 열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4개국 정상회의의 음식 서비스를 총괄하면서 ‘프랑스 음식’의 자존심을 꺾지 않아 외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당시 AP통신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햄버거를 주문했는데 코프가 “여기는 프랑스 식당이며, 프랑스 음식만 서비스된다”고 거절했다는 것. 카터 대통령 일행은 곧바로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가버렸고, 이 사진은 다음 날 모든 미국 신문 1면에 실렸다. 이후 코프는 “미국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한 요리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의 대표작인 ‘값싼 가격으로 맛보는 요리의 즐거움’은 총 34만 부나 팔렸다. 그는 이 책에서 하루에 9유로 이하의 재료로 가족들의 식사를 만들어내는 조리법을 소개했다. 그의 지론은 “요리는 기쁨”이라는 것이다. 즐거움은 단순함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 요리는 절대 스트레스가 돼선 안 되며, 복잡하거나, 비싼 재료를 이용한 레시피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요리란 절대 깜짝 놀라게 하거나, 칭찬을 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요리를 하고 빵을 만드는 것은 검소함과 겸손함을 배우는 위대한 학교다”라고 강조한다.

그의 책 ‘쓰레기를 먹는 것은 이제 그만!’(사진)에서 “인공적으로 염색하고, 향료가 첨가되고, 분쇄하거나 두껍게 만든 것을 먹지 말라”고 조언한다. 제철음식, 신토불이(身土不二) 음식 재료를 강조하는 것은 우리와 똑같다. 그는 “군것질보다는 늘 제대로 된 ‘한 끼의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라”는 말을 ‘먹는 즐거움’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소개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쓰레기를 먹는 것은 이제 그만#장피에르 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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