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 강국의 길/한미약품]“신약 혁신기술 공개”… 오픈 이노베이션 승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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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어떻게 하느냐가 성패 좌우”… 다국적 제약사들 단계별로 분업
국내 업체들은 ‘아웃소싱’에 그쳐… 벤처-연구기관 기술 네트워크 시급

《 지난해 한미약품이 8조 원 상당의 신약 기술을 수출한 것은 한국의 제약 산업이 도약기에 진입했다는 걸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주요 제약사 3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0년까지 10개 이상의 ‘토종 신약’이 개발돼 연간 수조 원대의 수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의 돌파구가 될 바이오·제약업체들의 핵심 경쟁력을 짚어 본다. 》

‘제약’ 하면 ‘한미약품’이 떠오를 정도로 지난해 국내 제약업체 중 한미약품이 거둔 성과는 두드러졌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국내 제약업계로는 최대 규모인 5조 원대의 당뇨병 치료제 기술 이전 계약을 글로벌 제약회사 사노피와 맺었다. 이어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등 다국적 제약사들과도 기술 계약을 체결해 총 8조 원의 기술 수출을 성사시켰다.

이런 놀라운 성과는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임성기 회장(76)은 ‘한미약품공업주식회사’란 이름으로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한 이후 줄곧 R&D 투자를 강조해 왔다. 대출까지 받아 가며 R&D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쏟아부었고 그 결실이 지난해의 대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하지만 한미약품 내부에서는 ‘대박’의 비결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꼽는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한 기업이 연구개발 중 얻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외부에 공개해 기업 간 시너지를 내는 방식이다. 기술 이전, 합작 벤처 설립, 인수합병(M&A) 등 구현되는 형식은 다양하다. 해외 제약업계에서는 이미 오픈 이노베이션이 널리 확산돼 있다. 물질 개발, 임상시험 등의 각 단계를 실력 있는 업체들이 나눠 맡아 신약을 개발하기도 한다.

임 회장은 “R&D는 꾸준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다”며 “한미약품은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글로벌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2009년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글로벌 제약업체인 MSD와 손을 잡았다. MSD를 통해 한미약품이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을 50여 개국에 수출한 것이다. 2010년부터는 함께 연구할 기관을 찾기 위해 ‘ER&D(External R&D)’ 부서까지 만들어 오픈 이노베이션을 본격화했다. 그 성과가 나타나 지난해 1월 한미약품은 미국 안과 전문 벤처기업 알레그로에 2000만 달러(약 233억 원)를 투자하고 알레그로가 개발 중인 망막 질환 치료 신약의 한국·중국 판매권을 확보했다. 지난해 8월에는 KAIST 김학성 생명과학과 교수가 설립한 국내 신약 개발 벤처 레퓨젠과 힘을 합쳤다. 한미약품은 레퓨젠이 개발한 인공 항체 기술을 활용해 안과 및 전신 질환(항암, 자가면역) 치료제를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손지웅 한미약품 부사장(52)은 “수조 원짜리 계약을 성사시키기까지 1, 2년 동안 해당 업체와 기술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한다. 이렇게 만든 네트워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한미약품의 소중한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임 회장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끊임없이 강조함에 따라 한미약품은 올해 1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제1회 한미 오픈 이노베이션 포럼을 열었다. 유망 신약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벤처, 연구기관들이 힘을 모아 국내 신약 개발 확산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당시 행사에 업계 관계자만 700여 명이 참석했다.

손 부사장은 “일부 국내 제약사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한다고 말하지만 아웃소싱 수준이다. 진정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정착되면 다국적 제약사처럼 더 많은 신약이 나올 수 있고 한국 제약 산업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한미약품#바이오헬스#제약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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