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웅의 SNS 민심]기형적 대선 구도 보여 준 ‘컨벤션’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 뉴욕으로 떠났지만 여전히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반기문은 떠났지만 대선 주자로서는 한국에 남은 셈이다.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데 정작 실제 인물은 한국에 없는 다소 기형적인 대선 구도가 펼쳐졌다.

반 총장에 대한 관심은 이번 방한 이전인 4·13총선을 전후로 높아졌다. 온라인 검색 트렌드를 살펴보면, 총선 직후 ‘반기문’ 검색 빈도가 많아졌다. 새누리당의 대권 주자들이 총선에서 사실상 동반 침몰하면서 대안 부재로 보수층의 시선이 반 총장에게 모아졌기 때문이다.

지난주 반 총장의 방한 기간 그의 이름 검색 빈도는 다른 유력 주자인 ‘문재인’, ‘안철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현상에는 여권 성향 계층의 쏠림 현상 외에도 미디어의 집중 조명에 따른, 이른바 ‘컨벤션 효과’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대권 관련 발언의 과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미 ‘반기문’ 연관어들은 대선 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대선’, ‘출마’, ‘대망’, ‘대통령’, ‘대권’ 등이 상위권을 도배했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을 때 나옴 직한 연관어들이다. 국가 지도자로서 본인이 실현하려고 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부각시켰다면 좋았겠지만 그렇게까지 해내진 못했다.

하위 연관어들 중 ‘충청’과 ‘경북’이 눈에 띈다. 다음 대선에서 TK(대구경북)와 충청의 지역 연대 가능성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대구경북의 ‘대’와 충청의 ‘충’을 결합해 ‘대충 연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반 총장의 방한 일정과 발언은 매우 정교하게 설계됐다는 인상을 준다.

반 총장의 행보로 대선 박동이 빨라졌다. 벌써부터 전력 질주하는 후보들이 나오고 있다. 대중의 ‘관심’도 소비재인데 반 총장에게 ‘관심’을 소비해 버리면 다른 후보들은 창고에 쌓인 재고가 되기 때문에 다들 “여기 나도 있소”라고 큰 목소리로 외쳐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반 총장에 대한 관심 뒤에는 ‘먼저 뜨면 해부당한다’는 선거판의 징크스가 기다리고 있다. 과연 그의 별명처럼 이것을 능란하게 비켜 갈 수 있을까.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반기문#대선#대권#차기 대선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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