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오후에 예정된 인천재능대 강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준비를 안 해도 강의는 할 수 있는데…”라고 미소를 지으면서 자료를 훑어봤다.
하지만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수민 의원이 연루된 선거비용 리베이트 수수 및 허위 회계보고 의혹 사건에 대해 사과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전날 “사실이 아닌 걸로 보고받았다”고 했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자는 생각에서 사과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안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오래 버틸 수 있어야 이겨”
안 대표는 이날 인천재능대 강연에서 “강펀치를 맞고도 오래 버틸 수 있어야 이긴다. 그게 중요한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올 3월 중순 국민의당 지지율이 바닥을 칠 때도 “권투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강한 펀치를 날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강한 펀치를 맞고도 버티는가가 핵심”이라고 했다. 위기 때마다 자신의 심경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선 안 대표의 지지율이 지난달 20%에서 이달 10%로 반 토막이 났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등장으로 안 대표의 지지층 상당수가 반 총장 지지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지금 누가 대선에 나가고 어디와 어디를 합치고 (하는) 정치공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로지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일에만 몰두해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 서울대 공과대 교수들이 집필한 ‘축적의 시간’을 꼽았다. 그는 “지금 우리 산업은 한계에 부닥쳤다. 시행착오를 축적하고 실패한 경험을 사회적 자산으로 만드는 문화와 제도, 체계가 만들어져야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했다. 오랜 시행착오의 축적을 통해 산업, 나아가 정치에도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3당 존재감, 리베이트 의혹에 휘청
안 대표는 총선 직후 한동안 말을 아꼈다. 다른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앞다퉈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대선 행보와는 일정한 거리를 뒀다. 그 대신 당 의원들과 일대일로 점심을 함께하는 등 소통의 시간을 자주 가졌다. 12일에도 그는 낙선한 전직 의원 2명과 여의도 인근에서 식사를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당이 정치적으로 미숙했던 만큼 진상조사단 결과와 관계없이 선제적으로 책임을 묻고 쇄신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고 안 대표도 이에 수긍했다고 한다.
안 대표는 또 약속이 없는 날에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짬짬이 책을 읽거나 부족한 수면을 보충했다고 한다. 안 대표의 책상에는 교육과 구조조정 관련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는 이번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지원했다.
안 대표는 최근 100세 시대와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교육혁명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자주 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안 대표에 대해 “미래를 보는 안목에 깜짝 놀랐다”며 “신지식인을 키우고 정보통신 강국을 강조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안목”이라고 극찬했다.
안 대표는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는 국회의장 자유투표 선출 제안으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최근에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을 넓히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최근 ‘함께 잘사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안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지난해 9월부터 정치 혁신을 외쳐 왔지만 지금은 시야를 깊고 넓게 가지려 하고 있다”며 “어떻게 한국이 변해야 하는지 힘 있고 자신 있게 얘기하는 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자신이 읽은 책 제목처럼 총선 과정의 시행착오를 되짚는 ‘축적의 시간’을 갖고 있는 듯했다.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검찰 수사에 따른 파장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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