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여기는 리우] 전설을 넘어, 신이 된 사나이

리우에서도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세리머니는 계속됐다. 볼트는 15일(한국시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81로 우승해 2008년 베이징대회와 2012년 런던대회에 이어 이 종목에서 사상 첫 3연패를 달성했다. 볼트는 특유의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볼트, 육상 100m 9초81…사상 첫 올림픽 3연패

200m·400m 계주까지 3연속 3관왕 도전

볼트, 유일한 적수 게이틀린 가볍게 제쳐
“사람들이 바라는 ‘불멸의 스타’가 되겠다”

“볼트! 볼트! 볼∼트!”

TV, 라디오 해설가들에게 더 이상의 표현은 필요하지 않았다. ‘볼트’만 반복해 외쳐도 하계올림픽 육상 남자 100m 레이스를 충분히 설명하고 남으니까 말이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가 올림픽의 역사를 새로 썼다.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승에서 볼트는 9초81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자신이 2009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작성한 세계기록(9초58)과 2012런던올림픽 때 세운 올림픽기록(9초63)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이 종목에서 사상 첫 올림픽 3연패의 신화를 달성했다. 칼 루이스(미국)가 1984년 LA대회와 1988년 서울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올림픽 100m 3연패는 지금껏 없었다.

유일한 적수로 꼽힌 저스틴 게이틀린(34·미국)은 이번에도 볼트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항상 그래왔듯이 또 무릎을 꿇었다. 9초89로는 볼트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9초91로 골인한 3위 안드레 데 그라세(22·캐나다)와의 격차도 0.02초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볼트의, 볼트에 의한, 볼트를 위한’ 무대였다. 결승에 앞서 진행된 준결승에서 볼트는 9초86으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본인의 최고기록이었다. 몸을 푸는 무대로 삼은 예선에서 10초07을 낸 그는 준결승을 가뿐히 통과해 결승에 올랐다.

잠깐의 휴식이 주어진 뒤 이어진 대망의 마지막 레이스. 뜨거운 함성과 함께 트랙 위에 오른 ‘육상 전설’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6번 레인, 스타트 지점에서 신명나는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게이틀린이 함성과 야유를 동시에 받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올림픽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6만 관중은 모두 볼트의 우승을 기다리는 듯했다.

스타트가 좋진 않았다. 조금 주춤했다. 그러나 40∼50m 지점을 넘어서면서 엄청난 가속이 붙었다. ‘스타트만 좋던’ 게이틀린이 점차 뒤로 밀려났고, 경쾌한 팔치기 동작으로 아드레날린이 솟구친 볼트는 치고 달렸다. 특유의 가속이 터졌다. 트랙 위에서 인간이 100m를 가장 빨리 달린 기록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시 볼트다.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 남자 200m에서 후반부 100m를 9초27에 뛰었다. 전반부 100m를 9초92에 주파한 뒤 속력을 높였다. 지구상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속도임에 틀림없다.

자메이카 국기를 흔들며 ‘번개’를 연상케 하는 동작으로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금빛 세리머니를 펼친 볼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배가 고프다. 리우올림픽에서 남은 목표는 금메달 2개를 추가하는 것이다. 2008년 베이징대회와 4년 전 런던대회에서 100m, 200m, 400m 계주까지 3관왕을 차지한 뒤 리우올림픽 100m를 제패한 볼트는 내친김에 3연속 3관왕 등극에 도전한다. “생각처럼 빨리 달리지 못했지만 우승은 할수록 행복하다. 늘 내 기량에 의심을 품는 이들이 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이 바라는 ‘불멸의 스타’가 되도록 하겠다.” 볼트는 19일 남자 200m 결승에 이어 20일 400m 계주를 펼친다.

우사인 볼트

▲생년월일=1986년 8월 21일(자메이카)
▲키·몸무게=195cm·94kg
▲수상 내역=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올해의 남자선수(2008·2009·2011·2012년), 세계체육기자연맹(AIPS) 올해의 남자선수(2008·2012년)

남장현 스포츠1부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