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무더웠지만 폭염만으로 기억되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에어컨 사용과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근심이 컸던 여름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요금에 대한 걱정이 얼마나 컸는지는 온라인상에서 ‘전기요금’을 검색한 빈도 추이를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지난 10년간 살펴보면, 전기요금 검색 빈도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 이어져 오다가 올여름에 현저히 높아졌다. 얼마나 전기요금에 대한 걱정이 심했는지 보여준다.
전기요금은 주로 에어컨 사용과 관련되어 있다. 온라인상 ‘에어컨’ 검색 빈도는 최근 10년간 가장 높았다. 2012년 여름에도 단순 최고치 수준은 높긴 했으나 당시에는 여름 중에서도 아주 짧은 기간에 집중됐는데 이번엔 여름 기간 내내 검색이 활발했다. 전체 양으로 보자면 훨씬 많았다. 한때는 사치품이었다 이제는 생필품이 되었지만 마음 편히 사용하지 못한 것이다. 더위를 참는 훈련과 더워도 에어컨을 자제하는 훈련을 혹독하게 받은 여름이었다.
사람들이 마음을 토로하는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전기요금과 관련한 주요 연관어를 보면, ‘요금폭탄’, ‘걱정’, ‘분노’, ‘너무하다’, ‘부담’, ‘무섭다’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상위를 차지했다. ‘폭동’도 높게 나타났다. 대지만큼이나 사람들 속도 부글부글 끓었음을 의미한다.
전기요금에 대한 근심은 누진제 때문이었다. 에너지 절약에 대한 교육을 받아 왔지만 산업용과 달리 가정용에만 누진제가 적용되면서 애꿎은 서민들만 부담을 떠안은 것에 더 분통을 터뜨렸다. ‘누진제’ 연관어들을 살펴보면, ‘개편’, ‘완화’, ‘폐지’ 등 바꾸라는 요구가 많았다. 눈에 띄는 연관어로 ‘부자감세’가 있었다. 누진제를 완화하라는 요구에 정부 당국자가 누진제 완화는 적게 쓰는 사람에게 전기요금을 많이 거두는 것이고, 이는 많이 쓰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셈이므로 사실상 부자감세가 된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전투처럼 치열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전기요금과도 씨름하게 한 여름이었다. 고요하고 평안해야 할 밤에도 안절부절못한 채 잠 못 들게 만들고 말았다. 견뎌내야만 하는 것은 언제나 불쌍한 서민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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