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일본에서 데뷔 음반 ‘The Gate of Dreams’를 낸 날, (1996년) 11월 4일을 맞아 다음 달 3∼5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0주년 콘서트 ‘유토피아(UTOPIA)’를 연다. 12월 22일에는 일본 도쿄의 ‘글로브좌’(750석 규모) 콘서트홀에서도 20주년을 자축한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을 맡은 그는 이번 공연에서 자신이 새로 편곡하고 밴드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가 노래를 보탠 ‘정선아리랑’을 초연한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에서 만난 양방언은 벌써 20주년이란 게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하현우와 팝, 록에 열광하는 젊은이들도 환영할 힘차고 멋진 곡을 들려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특별한 초연 작품이 또 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와 일본 와우와우 TV가 공동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후 아이 앰(Who I Am)’의 주제 음악이다. 양방언은 최근 이 시리즈의 음악감독을 맡아 20여 개의 연주곡을 새로 만들었다. ‘후 아이 앰’은 일본에서 이달 22일 방송을 시작해 도쿄 패럴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매년 10∼12월 주 1회(토요일 밤) 50분씩 방영된다.
“패럴림픽 역사를 빛낸 유명 선수를 매회 한 명, 또는 한 팀씩 정해 그들의 삶과 도전 이야기를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이란의 양궁 선수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것이 인생에서 가장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걸 계기로 양궁을 하게 됐으니까’라고 말합니다.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좌식 배구 선수의 긍정적인 에너지도 인상적이죠. 제작진이 미리 건넨 참고용 영상을 볼 때마다 눈물과 함께 절로 음악이 우러났어요.”
처음 음악을 완성해 전달했을 때 제작진은 ‘분위기가 너무 비극적이다. 우린 희망을 얘기하고 싶다’고 했고 양방언은 무릎을 치며 밝고 힘찬 선율로 수정했다고 했다.
18일에는 첫 베스트 음반 ‘양방언 더 베스트’가 나온다. “2월 서울 홍익대 앞 라이브 클럽 공연 경험을 바탕으로 ‘Frontier!’(2002 부산 아시아경기 주제곡)를 재편곡해 실었고 ‘Echoes’ ‘Wind of Destiny’(게임 ‘아이온’ 주제곡)도 새로운 편곡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중국적 판타지 세계를 그린 신곡 ‘Tears of Blue Dragon’도 이번에 공개한다.
양방언은 부친의 고향인 제주도와의 깊은 인연도 새롭게 이어 나간다. 일본의 행진곡 선율에 한국어 가사가 붙어 전승된 ‘해녀의 노래’에 2013년 새로운 선율을 불어넣은 그가 최근엔 제주 우도 해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9월 개봉)의 음악을 만든 것이다.
“해녀들의 강인한 삶에 깊은 감화를 받았어요. 이번 제 공연에서는 고희영 감독이 특별히 재편집한 하이라이트 영상도 상영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시작한 첫 전국 순회 공연 제목이 ‘Evolution(진화)’이었는데 이번 공연 제목은 ‘유토피아’다.
20년 걸려 음악의 완성형에 도달한 걸까. 양방언은 고개를 저었다. “1, 2집 제목이 각각 ‘꿈의 문’ ‘빛 속으로(Into the Light)’였습니다. 의사의 길과 고용 연주자의 길을 병행하던 제가 음반 제목처럼 감사하게도 솔로 음악가로서 문을 열고 음악의 빛을 만났습니다. 유토피아는 하나의 봉우리입니다. 음악 팬과 관객 여러분과 함께 다시 탐험에 나서고 싶습니다. 여태 안 보였던 더 많은 봉우리들을 이제 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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