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형태의 보호무역 배격” APEC ‘反트럼프 선언’ 채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2일 03시 00분


中주도 FTAAP 공동연구 승인… ‘기세등등’ 푸틴-‘유화공세’ 시진핑
러-中 정상 상반된 태도 눈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20일(현지 시간)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무역주의를 지키겠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기,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한 사실상의 ‘반(反)트럼프 선언’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상들은 페루 리마에서 ‘질적 성장과 인간개발’을 주제로 열린 제24차 정상회의 폐막 공동선언문에서 “세계화와 이와 관련된 통합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증가하고 보호무역주의 대두라는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자국 통화가치) 평가절하 경쟁을 자제하고 경쟁적 목적으로 환율을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을 약화시키고 국제 경제의 진전과 회복을 늦추는 보호무역과 무역의 왜곡적인 조치를 제거하겠다는 약속을 재천명한다”고 강조했다.

 APEC 정상들은 다자무역 체제 발전과 관련해 중국이 수년간 공들여온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 이슈에 대한 공동 연구와 요약보고서를 승인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폐기 위기에 처한 미국 주도의 TPP 대신 중국 중심의 FTAAP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APEC 기간 내내 “미국이 TPP에서 빠지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끌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대회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상반된 태도가 화제가 됐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유럽 등에서의 세력 확장을 기대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내내 뻣뻣했고 트럼프가 환율 조작국 지정 카드로 압박하고 있는 시 주석은 부드러운 자세로 남중국해 인근 국가들을 대했다.

 푸틴 대통령은 20일 오바마 대통령과 시리아 내전 및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면서 “수년간 계속된 공동의 노력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는 태도를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는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해서도 “러시아 주권이 있는 영토”라고 일축했다.

 반면 보호무역 정책을 선언한 트럼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시 주석은 국제무대에서 필리핀과 베트남 등 제3국을 상대로 유화 공세를 펼치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시 주석은 이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만나 필리핀 어민들의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인근 해역 조업을 약속하며 “남중국해가 협력의 상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2012년 중국이 실효 점유에 들어간 스카버러 암초에 대해 필리핀은 전통적으로 계속해 왔던 이곳에서의 조업을 보장받는 대신 사실상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카이로=조동주 /도쿄=서영아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모호무역#apec#트럼프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0

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16-11-22 07:04:57

    이제 미국이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서 그 막강하던 위세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기 사작하는구나

  • 2016-11-22 12:50:32

    경량급 오바마 갖고 놀다가 이제 헤비급 트럼프가 온다니까 죽는 소리치는구만.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