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침투장비, 성능 검증도 않고 73억원어치 구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3일 03시 00분


“방사청이 자격미달 美업체에 특혜” 감사원, 납품 주도한 소령 강등 요구

 특수부대원들이 적군 지휘부 암살 등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용할 고공 침투 장비 도입 사업에서 부대원들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미검증 장비를 방위사업청이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감사원이 발표한 ‘군수장비 획득 및 운용 관련 비리 기동 점검’ 결과에 따르면 입찰 자격 조건에 미달하는 고공 침투 장비가 특전사 등에 26세트 납품됐다.

 특수부대원이 헬기 등을 이용해 높은 고도에서 적진에 침투하려면 산소마스크, 고공용 헬멧 등으로 구성된 고공 침투 장비가 필수적이다. 우리 군이 보유한 고공 침투 장비 중 절반가량이 10년 이상 돼 노후했거나 성능이 떨어져 새 장비 도입이 시급해지자 방사청은 이를 국외에서 구매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방사청이 2014년 3월 입찰제안서 평가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 중엔 미국의 A업체도 포함됐다. 실전 배치가 됐거나 공인·인증된 장비를 제안하는 업체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준과 달리 A업체가 제안한 고공 침투 장비 중 산소마스크는 판매 실적은 물론 성능을 공인받은 적도 없는 모델이었다. A업체는 전혀 다른 모델을 대상으로 시행한 성능 시험 자료를 눈속임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방사청 사업 담당자 B 소령은 제안서 평가위원들에게 “관련 서류만 제출돼 있으면 (입찰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하라”라고 부당한 요구를 했다. 이 덕분에 A업체는 같은 해 10월 납품 업체로 최종 결정돼 방사청과 73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 뒤인 같은 해 11월 B 소령은 A업체가 제안서에 “국제공인기관 및 미국 정부로부터 공인받았고 판매 실적도 있다”라는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을 알았으면서도 계약 취소 등 후속 처리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장에게 B 소령의 계급을 강등하고, A업체가 향후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고공 침투 장비#방위사업청#불량#북한#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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