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가 마지노선이다. 50세를 바라보는 내게 그리 반갑지는 않지만 말이다. 30세 이상이 예능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은 매우 예외적이다. 20대 중반만 넘어도 심사위원들은 왜 이제야 도전하느냐고 질문한다. 클래식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 분야도 비슷하다. 우리는 예술이나 예능 분야의 재능은 10대, 늦어도 20대 초반에 발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게 정말 당연한 이야기인지 다시 생각해 보자. 우리처럼 ‘일반인’들은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발견하지 못하고 직장에서 배치해주는 대로 사는 것이 당연한지. 그 직장이 평생 내가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보장했을 때는 당연할지 모른다. 지금은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것을 현실적이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래 부르고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 좋아하는 것이 있으며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 하지만 똑같이 학교 졸업하고, 직장에서 비슷한 일들을 하면서 자기만의 재능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도 없이 나이를 먹어간다.
사례 연구 한 가지. 박유미 씨는 누구나 원하는 대기업에 들어갔다. 회사 선후배 동료들도 모두 잘해주었고, 업무 환경도 좋았지만 왠지 행복하지 않았다. 교육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사업부에서 숫자를 다루는 일이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점차 확신으로 변해갔다. 직장 생활 3년 차 때 우연히 무용동작심리상담이란 분야를 알게 되고 흥분을 느꼈다. 취미 삼아 좋아했던 무용이 그녀가 대학에서 전공한 심리학과 만나는 지점을 발견한 것이다. 고민 끝에 4년간의 대기업 생활을 뒤로하고 도전했다. 이때 그녀의 나이는 서른이었다. 무용동작심리상담을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8년간 상담 경험을 쌓은 뒤 올해부터 마인드플로우란 자기만의 회사를 차려 전국을 다니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수입은 대기업의 높은 연봉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녀는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100으로 표현했다. 우선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고, 친구나 가족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어 좋다. 또한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일을 벌여 나갈지, 자기 삶을 기획하느라 밤늦도록 고민해도 스트레스보다는 흥분이 앞선단다. 유치원에서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일하면서 삶을 배워가는 지금의 모습이 너무 만족스러운 것이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녀는 매우 실용적인 답을 내놓았다. “20대에는 좋아하는 것에 70, 잘하는 것에는 30 정도의 비중을 두고 새로운 시도를 보다 과감하게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어요. 이때는 잘하는 것 70, 좋아하는 것 30 정도의 비중을 두고 시도해야지요.”
이제 왜 35세가 마지노선인지 설명할 차례다. 30대 초반까지 자신의 직업을 찾아야 관련 분야에서 10년 정도는 경력을 쌓고 40대 중반에는 전문가로 나설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40대, 50대에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성공 사례란 예외적 경우이다. 40대에 새로운 시도를 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10년 내에 자신의 직업을 찾고, 10년간의 관련 경험을 쌓아 전문가로 나서는 것이 앞으로 우리 삶을 사는 하나의 중요한 방식일 거라 확신한다.
모든 사람은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자신이 정말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미래는 앞으로 무엇이 유망한지를 고민하는 사람보다 자신이 무엇을 정말 좋아하고 빠져들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기회와 행복감을 선사한다. 경영혁신 사상가인 클레이턴 크리스텐슨은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란 저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잘못된 판단에 근거해 일자리를 구한 다음 거기에 그냥 안주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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