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 문유석 부장판사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지난 10일 한 신문에 기고한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배경과 후일담을 밝혔다.
문 부장판사는 해당 칼럼이 유명해졌다는 진행자의 말에 “좀 당황스럽다”며 “이게 뭐라고 이렇게 관심을. 참 힘들어하는 분이 많구나, 역시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칼럼을 보고)오랜만에 연락 오는 선후배, 친구들이 많더라. 같이 일하던 직원분들도 '부장님 재밌어요'라고 한다”며 “가끔 또 욕하는 것도 온다. 너나 잘하세요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6년째 부장 생활 꽤 하셨는데 실제로 정말 저녁 회식 안 하시나”라고 묻자 “안 한다. 가끔 점심때 근사한 데 가서 먹는 정도다”라며 “업무 시간 중에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거지 꼭 술자리에서 무슨 얘기하는 게 중요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칼럼에서 ‘술 먹고 나서 미모의 여직원을 집에 데려다준다고 나서지 마라. 콜택시 잘만 온다’라고 쓴 것에 대해서는 “여성 지인들 또 후배들 이런 사람들이 하도 하소연을 많이 해서 많이 듣던 이야기”라며 “직업상 직장 내 성희롱 사건도 담당하니까 여러 가지 쌓인 정보들이 있어서 이야기해봤다”고 밝혔다.
‘부하 직원의 실수를 발견하면 알려주되 잔소리는 덧붙이지 마라’라고 쓴 것에 대해서도 “실수 자체에 대해서 얘기하면 되는 거지 인격에 대해서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조하게 그 자체만 지적해도 충분히 상대는 두려워할 수 있고 위축될 수 있다”며 “인격의 문제로 끌고 가서 모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아직 무언가를 망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젊은이들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정 하고 싶으면 이미 뭔가를 망치고 있는 사람들, 우리끼리 하자. 꼰대질은 꼰대들에게 하자”고 덧붙였다.
문 부장판사는 해당 칼럼을 쓰게 된 사연을 자세히 밝혔다. 그는 “지난 연말에 법원 일반직 인사가 있어서 같이 근무했던 일반직 공무원들이 세 분이나 다 다른 데로 이동하게 됐다”며 “파스타집에서 점심 한 끼 먹고 바이바이했는데 이분들이 저랑 같이 근무하면서 좋았다고 좋은 말씀을 해주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한 분은 부탁한 적도 없는데 제 낡은 법복 꾸깃꾸깃 돼서 방치해 둔 넥타이 이런 것들을 저도 모르게 드라이클리닝 맡겨다 갖다 놨다고 하면서 꼭 다시 한 번 (같이) 일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그때 감동해서 울뻔했다. 직장 내에서 상급자는 좀 더 힘이 있는 사람인데 뭘 대단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 뭔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할 수도 있겠구나. 스스로 자제하고 조심하는 것만으로 누군가를 편하게 해 줄 수 있으면 그것도 보람 있는 일이 아닌가 싶어서 그 얘기를 쓰고 싶었다”고 글을 쓰게 된 배경을 밝혔다.
한편 문 부장판사의 해당 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았다. 그의 칼럼을 접한 누리꾼들은 문 부장판사의 SNS에 “한 문장 한 문장이 전부 명문. 최고다”, “맞다 없어져야 할 우리 구태다”, “정곡을 찌르셨다. 실천에 옮기는 1인 여기 있다”, “건배사 좀 시키지 마라”, “여러 군데 공유해야 한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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