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 카드로 EU에 협상 압박하는 메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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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협조 없으면 EU 테러대처 차질… 메이, 브렉시트 협상에 활용 시사
FT “아주 위험한 카드… 부메랑 위험”
‘막말 제조기’ 존슨 英 외교장관, 이번엔 佛 올랑드를 나치 비유 논란

 “테리사 메이 총리(사진)는 국방과 안보를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카드로 여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연설 중 “우리가 올바른 협상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무역뿐 아니라 안보가 서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부분에 주목했다.

 영국은 핵무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표결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 영향력, 뛰어난 해외 정보수집력 등에서 다른 EU 국가를 압도한다. 약 215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나토 국방비 분담금은 600억 달러(70조2000억 원)로 28개 나토 회원국 중 미국에 이어 2위였다. 군사력은 세계 5, 6위 수준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곧 나토군 소속으로 에스토니아에 특수군 800명, 발트 해에 최신 군함도 배치할 계획이다. 따라서 영국이 EU와 협력을 끊을 경우 EU의 대(對)테러 능력이 감소하고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협상 지렛대로 쓸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FT는 “이는 아주 위험한 협상 카드”라며 영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도 EU와의 협력 없이는 테러 대응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맬컴 차머스 교수는 “영국의 ‘안보 우위’가 EU와 이민, 관세 문제를 협상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자칫 영국이 나토 내에서 미국 다음인 넘버2 지위가 프랑스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19일 다보스포럼에서 “우리는 진정한 글로벌 국가가 되기 위해 브렉시트를 선택했다”며 “영국은 기업들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재무장관과 통상장관까지 동원해 미국계 대형 투자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해외 경제인들의 불안감을 달랬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영국이 EU 단일 시장에서 탈퇴한 이후의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 ‘막말’ 논란에 자주 휩싸이는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이 이번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제2차 세계대전 나치가 운영하던 감옥의 교도관으로 비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를 방문한 존슨 장관은 18일 “만약 올랑드 대통령이 2차 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들에 나오는 방식으로 EU를 떠나려는 누군가에게 매질을 하고 싶다면 그건 미래지향적 방식도 아니고 친구와 파트너의 이익에 더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독일 나치군이 영국 군인을 학대하는 여러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었다. 논란이 일자 총리실 대변인은 “나치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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