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톡톡]“미세먼지 때문에 해고됐어요 ㅠㅠ”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 세계보건기구(WHO)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대기오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감기에 걸리지 않아도 늘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미세먼지는 우리 일상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죠. 미세먼지로 인한 에피소드와 다양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
　
미세먼지는 나의 적
　
“전에는 야외 결혼식을 문의할 때 비가 오는지 여부만 물었는데, 몇 년 전부터는 미세먼지까지 물어보는 손님이 많아지고 있어요. 워낙 미세먼지가 심하다 보니 그런 것이겠죠. 문제는 비는 장기예보가 있는데 미세먼지는 2일 전 정도밖에는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에요. 야외 결혼식에서 미세먼지 때문에 신부 화장이나 식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유모 씨(40·웨딩플래닝 업체 대표)

“지역 축제에서 매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축제 기간에 미세먼지가 너무 심했어요. 이틀 정도 일하니까 목이 너무 아파 마스크를 썼죠. 그랬더니 담당자가 당장 마스크 벗으라며 화를 냈어요. 미세먼지든 뭐든 일하는 사람이 마스크를 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건강이 먼저라고 생각해 하는 수 없이 그만뒀어요.”―김모 씨(26·취업준비생)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어린이집 원장과 한바탕하는 날이에요. 교육 일정과 해야 할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밖에 나가야 한다는 원장과 애들 건강이 더 중요하지 무슨 소리냐고 항의하는 학부모들 간의 갈등 때문이죠. 그래서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들이 모여 공동육아방을 차릴 예정이에요. 돈을 모아 공기청정기도 사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돌아가면서 시간 단위로 미세먼지를 잴 겁니다.” ―임모 씨(36·주부)

“평상시에는 KTX 한 대(20량) 청소하는 데 두 시간 정도 걸리지만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30분 정도가 더 걸려요. 열차 청소는 밤에 하기 때문에 오후 6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9시에 퇴근하는데 퇴근 시간을 늦출 수는 없으니까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쉬는 시간을 줄여서 일해야 해요. 한 대 끝나고 20분 정도 쉬고 다음 열차 투입되는데 이 시간을 줄이거나 없이 하는 거죠. 정말 힘들어요.” ―박완기 씨(62·K종합서비스 소장)
　
맑은 날도 조심
　
“잘 모르겠지만 하늘이 깨끗해 보인다고 미세먼지 농도가 꼭 낮은 것은 아니에요. 입자가 매우 작은 초미세먼지가 많을 땐 하늘이 뿌옇지만, 상대적으로 입자가 큰 미세먼지가 많을 땐 하늘이 맑아 보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눈으로만 확인하기보다는 발표되는 미세먼지 농도를 보고 대비해야 합니다.” ―박정후 씨(40·국립환경과학원 미세먼지예보관)

“요리할 때 생기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전체 미세먼지의 10%나 되거든요.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원인이라고 한 정부 발표가 완전 잘못된 건 아니에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요.” ―최예용 씨(52·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미세먼지를 완전히 중국 탓으로 돌릴 순 없어요. 겨울철 고농도 시엔 중국의 영향이 70%까지 높아지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1년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50% 정도죠.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양과 비슷한 거죠. 대책을 논의할 때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해요.” ―정진상 씨(40·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생큐! 보스턴고사리
　
“아이비, 보스턴고사리, 스킨답서스 등의 화초가 다른 식물보다 더 미세먼지를 잘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미세먼지를 잡아먹는 식물로 유명한 틸란드시아는 효율은 좋으나 워낙 크기가 작아 흡수량 자체는 많지 않죠. 그 대신 천장에 매달아 놓을 수 있기 때문에 통풍이 잘되는 창문에 놓으면 좋아요.” ―김광진 씨(48·국립원예 특작과학원 박사)

“자동차 에어컨 필터를 여러 개 이어서 베란다 창에 붙여 놨어요. 바람은 들어오고 먼지는 걸러주는 효과가 있거든요. 한 달 정도 지나면 필터가 시커멓게 변해 있더라고요. 음식에 미세먼지가 붙을 수 있으니까요.” ―김민정 씨(44·주부)

“배, 도라지, 감잎, 오미자, 모과 등은 기관지 기능에 도움이 되는 식품들이에요. 기관지가 좋아지면 목으로 들어온 미세먼지를 가래로 만들어 밖으로 내보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물을 많이 드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식품 섭취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일 뿐이에요. 무엇보다 마스크를 착용해 미세먼지를 마시는 일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해요.” ―황승권 씨(28·한의사)
　
대박 날 미세먼지 주식(?)
　
“공장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가진 기업 주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미세먼지 국내 요인에 대해 분석 중인데, 국내 공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결론이 나면 방진시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거든요. 마스크나 세정제 제작 업체는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눈에 띄는 투자 수익은 나지 않고 있습니다.” ―박경재 씨(27·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미세먼지 청소 프로그램을 최근에 새로 만들었어요. 집진기를 가동하거나 고객의 취향을 반영해 공기정화 식물을 디자인해 주는 식이죠. 지금은 ‘베이비 케어 시스템’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담 전화 중엔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엄마들이 가장 많거든요.” ―이은경(31·청소업체 한스클린 홍보팀 과장)
　
알파고 예보 시스템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과 예보 시스템을 결합하는 연구를 하는 중이에요. 현재 예보 정확도는 고농도 때 63%로 낮은 편인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연계하면 정확도가 5%포인트 정도 높아질 겁니다. 현재 이틀 치만 가능한 미세먼지 예보를 2022년부터 일주일 예보까지 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임석 씨(47·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

“우리나라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WHO 기준으로 바꾸자는 제안서를 국회에 넣었어요. WHO에선 일평균 m3당 5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을 권장하는데 우리나라에선 m3당 100μg을 채택하고 있죠. WHO 권장 기준보다 사망 위험률이 9% 높은 수치예요. 환경기준만 바꿔도 미세먼지 유해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거라고 생각해요.” ―김민수 씨(49·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대표)

“항만에 지상 전력 공급장치를 설치하는 정책을 준비 중이에요. 대형 선박들은 정박한 후에도 발전을 위해 계속 엔진을 돌리다 보니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이 계속 나오거든요. 인천은 대형 항만이 많기 때문에 선박 공회전 관리가 필수입니다.” ―김종민 씨(56·인천시 대기개선팀 팀장)

“당진에 새로 화력발전소를 짓는 계획을 반대하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환경부 자료를 보면 당진시는 초미세먼지의 주범인 황산화물과 질산화물 배출 전국 1위예요. 발전소를 더 지으면 당진은 숨쉬기 어려운 곳이 돼버려요.” ―유종준 씨(46·당진환경연합 사무국장)

“경남도교육청에서는 ‘미세먼지 선도학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인근 지역에 미세먼지 측정 장치를 설치하고 학생들이 농도를 직접 측정해 빅데이터로 만들고 있는 것이죠. 교육청에는 이 데이터를 전문으로 분석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에도 공헌할 수 있는 거죠.” ―정대수 씨(44·경남도교육청 환경교육담당 장학사)
　
오피니언팀 종합·전우철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