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세론’을 부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주자들의 집중적 공세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회창, 이명박, 박근혜 등 과거 선거에서 대세론을 구가하던 후보들에 비해 절대적 수치는 낮지만, 지지층의 안정성과 2위권과의 격차를 고려할 때 상대적 대세론이라고 부를 만하다.
불출마를 선언하고 링 아래로 내려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보수 후보로 인식됐지만 지지층 구성이 보수표, 중도표, 충청표 등 복합적이었기 때문에 보수 주자들 외에 야권 주자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보수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등에게 이동했지만, 충청표와 중도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상당 부분 옮겨간 것이다.
별다른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던 상황에서 다소간 변화의 여지가 발생하니 대중의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구도의 경쟁성’과 ‘결과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면 대중의 관심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노동 유연성이 불가피하다’, ‘사드 배치는 되돌리기 어렵다’ 등 야권 주류와 구별되는 안 지사의 파격적 발언은 중도보수층을 중심으로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온라인상의 후보 관심도를 의미하는 검색량 추이를 보면 촛불 국면에선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우위를 보였지만 주춤하고 있고 뒤이어 안 지사에 대한 검색량이 뚜렷하게 많아졌다. 황 권한대행도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이후 검색량이 많아졌고 지지율 상승과 연동되었다.
다른 주자들도 대중의 관심을 얻기 위해 차별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책 발표와 매머드급 자문단 구성으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짐승’ 발언 등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는 강경 발언으로, 이재명 시장은 다시 촛불을 강조하면서, 황 권한대행은 출마 여부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으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안보를 강조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얻고자 애쓰고 있다.
관심을 많이 끌어야 지지율도 오른다는 것을 주자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밋밋한 발언과 행보로는 미디어의 주목을 받을 수 없고,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량이 적으면 그만큼 주자들은 자신을 대중에게 알릴 기회가 줄어든다.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주어 지지를 확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안 지사 지지율 상승은 반 전 총장이 퇴장한 후 부유(浮游)하던 뭉치표가 있었기에 쉽게 가능했다. 그래서 문 전 대표 지지율에도 별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는 상승 속도가 더딜 수 있다. 왜냐하면 이제부터는 다른 주자들의 지지층을 빼앗아 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상승 흐름이 이어진다면 다른 주자들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며 전체 구도의 변화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야권 성향층이 두껍고 각 주자가 일정 지분을 지니고 있는 호남에서의 격돌이 예상된다.
주자들과 함께 온라인상에서 거론되는 연관 키워드 중 지역과 관련된 단어 순위를 보면, 황 권한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광주’가 3위 내에 들어 있다. 호남 표심을 획득하기 위한 혈투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호남으로서는 야권 후보 중 정권 교체에 ‘필요한’ 문 전 대표 선택을 유지할 것인지, 반 전 총장이라는 수비수가 사라져 정권 교체가 한결 수월해졌으니 다른 주자들도 괜찮겠다는 여유를 받아들일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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