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일회용 컵이 몇 개인지 아시나요? 7130만 개가 넘습니다. 한 사람이 하루에 1.4개꼴로 일회용 컵을 쓰고 버리는 겁니다.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일회용품들. 당신은 하루에 몇 개의 컵을 버리고 있나요? 》
너무 많아요
“하루에 평균 400개의 일회용 컵이 소비돼요. 날이 더워지면 하루에 500개까지도 나갑니다. 이곳은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다 보니 일회용품 소비량이 많은 편이죠. 하지만 머그잔을 드릴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일회용 컵과 빨대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홀더, 포장박스도 다 일회용품이에요.”―박은영 씨(25·빽다방 아르바이트)
“편의점 자체가 빨리 먹고 빨리 나가려는 공간이다 보니 일회용품이 대다수죠. 분리수거라도 잘돼야 재활용이 될 텐데 대부분 손님은 분리해서 버리지 않고 아무렇게나 버리고 가요. 저를 포함해 근무자들이 나중에 따로 분류작업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쓰레기를 수거해가지 않거든요.”―김모 씨(20대·편의점 매니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실내용 슬리퍼를 계속 쓸 수 있는 것으로 바꾸려고 한 적이 있어요. 직원들이 신경 써서 슬리퍼를 깨끗이 관리했지만 고객들이 안 좋아하더라고요. 남들이 신던 신발을 다시 신는다는 생각에 꺼리는 거죠.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슬리퍼로 다시 바꿨습니다.”―대니얼 구 씨(50대·호텔 객실관리팀장)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규제하는 추세는 선진국이나 우리나라나 비슷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마트를 제외하고도 도소매업체, 재래시장, 편의점 등 여러 곳에서 특유의 ‘검은 비닐봉지’가 사용되고 있죠. 소규모 공간에서의 행위까지 규제하기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사용량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습니다.”―홍수열 씨(43·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중국 도매시장이 단가가 싸기 때문에 중국에 공장을 차리고 일회용품을 수입하고 있어요. 생산 단가가 적게는 30%, 많게는 200%까지 차이가 납니다. 가장 많이 수입되는 제품은 일회용 젓가락인데 이것도 중국에서 제작해 들여오면 국내에서 포장해 판매합니다.”―김원회 씨(38·서진상사)
1인 가구와 일회용품
“메뉴도 다양하고 편리하기도 하니까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게 되는 것 같아요. 음식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 포장지 전부 일회용품이죠. 사실 나무젓가락은 굳이 필요 없어요. 하지만 으레 가져다 주기도 하고 먹고 나서도 처리하기가 쉬우니까 나무젓가락을 이용하게 돼요. 이렇게 받은 나무젓가락 한 움큼씩 있지 않나요?”―김도헌 씨(24·부산대 학생)
“요즘은 커피를 주문할 때 머그잔에 달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일회용 컵에 주더라고요. 매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봐도 대부분이 일회용 컵을 들고 있어요. 일하는 사람은 컵을 씻지 않아도 되니 일할 거리가 줄어들고, 마시는 사람은 앉아서 마시다 들고 나갈 수도 있으니 그런 거 아닐까요? 아니면 혼자 온 손님이라 그런 걸까요? 하하.”―이정은 씨(22·경북대 학생)
“싱글족의 소비패턴을 보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가사노동을 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보다는 뭐든 간편하게 이용하려고 하죠. 일회용품 성분을 알려주는 등의 노력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구혜경 씨(40·충남대 소비자생활정보학과 교수)
일회용품과 위생
“장갑, 주삿바늘, 위생비닐 등의 의료물품은 일회용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남의 입에 들어가서 오염된 석션팁(입안에 고인 침이나 피를 빨아들이는 흡입구)이나 주삿바늘이 재사용되면 간염처럼 혈액을 매개로 감염되는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들이 치과에서 치료를 받을 때 재활용이 의심되면 새 것을 사용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김용재 씨(50·치과의사)
“요즘에는 일회용 렌즈의 제품군이 일반 렌즈보다 더 다양하게 나옵니다. 가격도 일회용이 더 비싸지만 수요가 많죠. 세척하지 않고 가볍게 쓰고 버릴 수 있다는 편리함도 있고 눈 건강을 생각하면 매일 새로운 렌즈를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니까요.”―A 씨(안경점 운영)
“비닐을 압축해서 기름으로 만드는 것처럼 일회용 제품이라도 깨끗하게 버려지면 다른 용도로 재사용이 가능해요. 하지만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용기에 담아서 버리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그냥 검은 봉지에 담아서 쉽게 버리는 거죠. 가끔은 고양이 시체도 보인다니까요.”―송영자 씨(61·재활용 선별작업자)
불편한 진실
“강남구의 경우 일반 주택가와 소규모 음식점 등에서 수집해 오는 양이 하루에 평균 75t인데 이 중 70%만 재활용품으로 분류가 돼요. 제대로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30%를 처리하기 위한 비용은 재활용 쓰레기에 비해 배로 듭니다.”―이석만 씨(52·서울 강남구청 청소행정과)
“우리나라에서 1년에 소비되는 일회용 컵은 총 260억3400만 개가 넘습니다. 버린 컵 1개를 처리하는 데 약 1.4원, 1년에는 38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듭니다. 일회용 종이컵 1개를 사용할 때마다 온실가스 6.86g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가 1인당 종이컵 사용을 하나씩만 줄여도 하루에 온실가스를 400t 넘게 줄일 수 있습니다.”―이보형 씨(32·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사람들은 일회용품이 환경에 좋지 않은 것을 알지만 자기 합리화를 하며 사용하곤 해요. 예를 들어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서 ‘나중에 분리배출 하면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덜어내는 것이죠. 생활습관을 고쳐나가면서 일회용품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해요.”―이지현 씨(45·에코맘코리아 사무처장)
이렇게 줄여 나가요
“올해 입학을 하고 처음으로 집을 나가 살게 되었어요. 짐을 쌀 때 일회용 비닐봉지를 계속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짐을 풀고 나니까 봉지들이 쓸 데가 없었어요. 버리기엔 아까워서 쓰레기통에 씌우는 용도로 재사용했어요.”―김영훈 씨(20·인제대 학생)
“고깃집의 맥주병은 트럭이 수거를 해가요. 세척을 해서 가져다주면 다시 재사용을 하죠. 이것이 카페에도 적용이 된다면 많은 일회용 컵이 낭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앞으로 유리병 세척소라는 걸 통해서 카페 문화가 변화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정다운 씨(38·일회용컵 없는 팝업카페)
“저는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에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근길에 물을 한 병씩 사서 가곤 했어요. 어느 날 다 먹은 통을 버리는데 ‘내가 이렇게 버리는 페트병이 정말 많겠구나’ 싶어서 텀블러를 구입했어요. 회사 정수기에 있는 물은 제 돈 내고 먹는 게 아니니 돈도 아끼고 환경도 생각하고 일석이조네요.”―김지혜 씨(26·직장인)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의 규모는 2008년부터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경우 비교적 환경 규제가 강해 세계 수요의 약 97%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2.1% 정도입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규제도 강해지면서 비율은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서교진 씨(43·에코매스코리아 영업부)
“큰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이 아니라 개인 중에서도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런 분들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150만 원씩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활동을 지원하게 되었는데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분이 많아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정승구 씨(33·환경운동시민단체 ‘미트쉐어’ 변화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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