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7,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강은 G20 회의 기간 중 양자회담 일정을 서둘러 확정하며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법과 국익 극대화를 위한 치열한 외교전쟁에 나선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올해 1분기 북-중 무역이 급증한 사실을 언급했다. 회담을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압박을 노골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G20 회의에서 북한 ICBM 발사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를 둘러싸고 형성된 한미일 대(對) 중러 갈등 전선(戰線)이 확대될지, 미중일러가 다시 손잡으면서 북핵 해결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응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외교정책도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 트럼프 vs 시진핑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위터에 불쑥 “중국이 우리와 일하는 건 이걸로 충분하다”고 적었다. 또 “미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열악한 무역거래를 했다. 왜 우리가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되는 나라들과 거래를 계속해야 하나?”라고도 썼다.
이는 시 주석과의 미중 양자회담을 앞두고 그를 향해 ‘중국의 대북 압박을 기대했더니 뒤통수를 맞았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북핵 해결 노력과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를 맞바꿀 수 있다며 시 주석에게 거래를 제안한 것을 상기시키려는 듯 ‘무역 문제’도 다시 꺼내들었다. 북한을 압박하지 않으면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 대중 무역 압박 카드를 다시 쓰겠다고 경고한 것. 대북 압박을 둘러싸고 미중이 갈등을 벌이던 절묘한 시점에 ICBM을 쏘아 올린 북한의 전략은 적중한 셈이다. CNN은 5일 ‘중국은 트럼프를 북한 문제의 곤경에서 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이 미중 갈등이 나타나기를 기다려 ICBM 발사를 도발했다고 분석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대화 주장과 미국의 압박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 문재인 정부도 그만큼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극한 대립을 피하면서 절충점을 찾을 때에야 대화와 압박 병행을 천명한 문 대통령의 목소리도 힘을 얻을 수 있다.
○ 트럼프 vs 푸틴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G20 회의 중 7일 양자회담을 하기로 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양자회담에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한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시작된 미국의 대(對)러 제재 완화를 논의할 경우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 관련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국가들의 반발에도 직면할 것으로 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 퇴치 등 중동 문제 해결뿐 아니라 러시아 내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그동안 북한 정권에 보내온 임금 송출 중단 문제에서도 푸틴 대통령과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분야에서 미-러 협력이 가시화될 경우 대북 경제제재 효과도 높아진다.
○ 시진핑 vs 푸틴
2, 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4일 북한의 ICBM 발사 이후 한반도 관련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일 동맹에 맞서 중러가 보조를 맞추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사드 완전 철회를 주장하고 대북 압박에도 미온적인 중러 양국과 한국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북핵 해결이 힘들 수밖에 없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의 대러 제재에도 중국의 대러시아 대규모 투자에 합의했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양국은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러시아가 추진 중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어떻게 연계할지 합의하는 데는 실패했다. 양국의 두 정책이 모두 중앙아시아를 두고 각축을 벌여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만큼 중-러 밀월에도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 시진핑 vs 아베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시 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G20 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등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관계가 최악인 양국 정상이 만나기로 함에 따라 관계 개선의 전기가 마련될 경우 북핵 문제 등 한반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두 정상은 동중국해 갈등을 회담에서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이 문제보다는 양국 간 경제협력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초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회담 의제로는 일대일로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일본이 참여하는 문제, 양국 간 고위급 상호 방문 재개 등이 거론된다. 중일 관계의 개선 계기가 마련돼야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 등을 통한 3국의 북핵 협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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