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금주 중 정부의 새로운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값의 지난주 상승률이 올해 최고치에 이르는 등 ‘6·19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2개월도 못 돼 사실상 사라졌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시장에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주택거래신고제 등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대책이 새 규제안에 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투기과열지구, 세금 강화 같은 초강수 나올까
국토교통부는 8월 말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앞서 이르면 금주 중 투기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서울 분양권 전매 금지 등을 담았던 6·19대책의 빈틈을 메우는 내용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규제는 크게 △투기과열지구 지정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청약요건 강화 등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정부가 6·19대책을 발표할 때부터 도입 가능성을 열어놓았던 규제다. 당시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난해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제도는 재건축 조합 설립 이후 사업이 끝날 때까지 조합원의 주택 매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가장 강력한 재건축 규제로 꼽힌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매매가 6억 원 이상 주택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최대 40%로 묶인다.
청약제도와 관련해서도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이 여러 차례 직접 개편 의지를 밝혔다. 국토부는 이미 청약 가점제 적용 비율을 확대하고 청약통장의 1순위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예고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정부로서는 비싼 전세를 끼고 수십 채의 주택을 사들이는, 이른바 ‘갭 투자’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주택거래신고제도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 역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대책의 사각지대로 꼽혔던 오피스텔에 대해서는 인터넷 청약을 의무화 하는 등의 개선책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 ‘6·19 이전’으로 돌아간 부동산 시장
정부가 6·19대책을 발표한 지 6주 만에 새 대책을 내놓기로 한 것은 집값 상승세가 ‘이상 과열’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은 0.57%로 주간 기준으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월간 상승률로는 지난달 서울 아파트 값이 0.50% 오르며 시장 활황기였던 지난해 같은 달(0.35%)을 웃돌았다.
정부는 특히 이 같은 집값 급등세가 서울 중심부에서 외곽으로까지 번져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노원구(1.03%), 경기 성남시 분당구(0.99%) 등의 매매가 상승률이 지난달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가 규제 발표를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가계부채 대책이 나오는 8월 말 새 규제를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부동산 가격을 잡아 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겼다는 관측도 있다. 관계부처 직원들 사이에서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즉각 새 대책을 내놓기로 함으로써) 6·19대책의 실패를 너무 쉽게 자인해버린 셈이 됐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간 변동률 등 단기적인 지표만 보면서 시장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장기적인 지표를 갖고 근본적인 대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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