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직장인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한 부류는 전반적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세상은 그렇게 빨리 변하지 않아”라고 말하며 과거의 패러다임이 여전히 굳건하다는 쪽에 선다. 기업 홍보팀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소셜미디어의 패러다임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세상은 전통 언론이 움직이고 있다고 믿으며 이에 맞춰 일한다. 이들의 말이 다 틀린 것도 아니다.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50, 60대의 임원들은 과거 패러다임에서 업무 성과를 요구하기도 해서 그 조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굳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할 필요를 못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패러다임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직장생활이 10년도 남지 않은 사람들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국내 퇴직평균 연령이 52세이니 대략 40대 중반 이후의 직장인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지난 20년가량 직장생활을 하며 과거의 패러다임에 익숙하고 나름대로 전문성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직장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굳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배우는 것은 이들에게는 가급적 피해야 하는 선택일 수 있다.
또 한 부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적응해야 할 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10년 뒤에도 기업에서 홍보 업무를 해야 할 실무자라고 생각해 보자. 그때 우리의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지금의 패러다임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새로운 패러다임을 학습해야 할 세대이다.
어떤 분야이든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에게 실질적 영향을 끼칠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 세계적인 미디어 융합연구소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소장인 조이 이토는 최근 제프 하우 교수와 함께 펴낸 ‘더 빨라진 미래의 생존원칙’에서 ‘지도보다 나침반’ ‘안전보다 리스크’ ‘견고함보다 회복력’ 등 9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스티브 잡스’의 저자이자 애스펀연구소 대표인 월터 아이작슨은 이 책을 “읽거나, 뒤처지거나”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그중에 우리가 눈여겨볼 원칙이 한 가지 있다. ‘순종보다 불복종’이다.
과거 우리는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직장에서 일 잘하면서 부모와 교사, 상사에게 순종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런 시대도 종말을 고하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정부와 기업에서 공부 잘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신경쓰기보다는 윗사람에게 맹목적으로 복종했을 때 어떤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아왔다. 순종보다 불복종이 무조건 상사의 말에 반기를 들라는 뜻은 물론 아니다. 그보다는 상사의 말을 잘 듣는 것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현재 20, 30대 직장인들이 40, 50대가 주도하는 과거 패러다임 내에서 말 잘 듣는 직장인으로 향후 10년을 보냈을 경우, 이들은 그동안 일부 승진을 할지는 몰라도 10년이 지난 뒤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이토와 하우가 말한 ‘의식 있는 불복종’은 직장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우선 내가 속한 직장에서 제시하는 세상과 성공의 방정식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자. 그보다는 직장을 벗어나서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어떤 미래가 다가오고 있는지 살펴보자. 회사가 제공하는 정보와 해석에만 매몰되기보다 자기 나름의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퍼블리(publy.co)와 같은 플랫폼은 다양한 분야에서 직장인의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는 “상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최적화되기 마련이다. 이를 의식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자. 이토와 하우는 아홉 가지 원칙을 꿰뚫는 원칙은 교육보다 학습을 우선시하는 것이라 말한다. 교육은 학교나 회사가 시켜주는 것이지만 학습은 내가 스스로 하는 것이다. 나만의 학습 채널과 방법, 해석을 갖고 있는가? 상사는 내 승진과 월급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내 생존을 책임져 줄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나는 매일 직장에 출근하며 상사의 지시 사항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이를 처리하는 것으로만 내 삶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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