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처음 도입한 ‘초진 환자 15분 심층진료’에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이 모두 동참하기로 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에서는 11개 과, 18명의 교수가 다음 달 시작되는 정부의 15분 심층진료 시범사업 참여를 신청할 예정이다. 국내 병원을 통틀어 가장 많은 인원이다. ‘15분 진료’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바꾸는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아갈지 주목된다.
15분 심층진료는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에서 중증·희귀 난치 환자들을 충분한 진료시간을 갖고 살핌으로써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검사를 막기 위해 도입했다. 지금까지 대학병원급 교수들의 평균 외래진료 시간은 3, 4분 정도였다.
19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충남대병원, 부산백병원 등 모두 8곳이 보건복지부의 15분 심층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15분 심층진료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 상급종합병원 43곳을 대상으로 이번 주 설명회를 연 뒤 10월 중순까지 신청을 받아 같은 달 말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교수 18명을 15분 심층진료에 투입할 예정인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은 “이미 일부 과에서는 초진 환자에 따라 15분 이상 진료를 해오고 있었다”며 “종양내과의 백순명 교수는 초진 시 거의 1시간을 할애해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은 “현재 우리 병원에서는 심혈관센터 초진 클리닉이 올해 3월부터 시범적으로 15분 진료를 하고 있다”며 “심혈관센터 초진 클리닉이 정부의 15분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은 호흡기내과, 서울성모병원은 신경과와 순환기내과가 15분 진료 시범사업을 신청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성모병원은 심장병과 뇌중풍(뇌졸중) 등 두 가지 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15분 진료에 나설 방침이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가 골육종 등 암 환자를 대상으로 15분 진료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들이 앞다퉈 15분 진료에 나서는 것은 병원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15분 이상 진료를 보는 과(科)들이 적절한 진료 수가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외래 진찰료(2만6700원·환자 부담은 2만 원 정도)는 경증이든 중증이든 관계없이 동일하다. 이 때문에 병원들은 어쩔 수 없이 짧게 진찰을 한 뒤 세부 사항은 각종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선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검사비도 내야 했다.
이에 복지부는 15분 심층진료 시범사업의 외래 진찰료를 기존보다 4배 가까이 높은 9만3000원으로 책정했다. 그럼에도 환자 부담금은 2만∼3만 원으로 현재와 큰 차이가 없다. 15분 심층진료가 정착되면 의사는 1시간에 환자 3, 4명만 보면 된다. 이렇게 되면 의사가 직접 진찰하는 청진기 검진 등 신체 진찰도 가능하다.
다만 복지부는 ‘15분 심층진료’ 이후 대학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보고 15분 진료 적용 환자를 엄격히 제한할 방침이다. 타 의료기관에서 진료하기 어려운 중증 희귀 질환자나 진단이 어려운 중증 의심 환자가 그 대상이다. 원칙적으로 초진 환자만 15분 진료가 가능하지만 소아 희귀 질환자의 경우 직계가족의 유전 상담이 필요한 만큼 재진도 15분 진료를 인정할 계획이다.
15분 심층진료의 시범사업 대상은 국내 상급종합병원으로 한정돼 있어 2차 종합병원은 참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2차 병원인 순천향대 서울병원과 서울시 보라매병원 등도 15분 진료 참여를 희망하고 있어 상급종합병원 기준이 풀리면 15분 심층진료가 전국 종합병원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보라매병원 김병관 원장은 “암 같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충분한 진료가 필요한 만큼 종합병원급으로 대상 병원을 확대한다면 15분 심층진료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현재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차후 수요를 확인한 뒤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