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뷰]CCTV 2000만대-SNS 검열… 中 촘촘한 ‘감시의 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03시 00분


10월 당대회 앞두고 사상통제 고삐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하하. 왕팡(王芳)과 멍(孟)은 폭로될 리 없어. 이러면 저우샤오핑(周小平)은 완전히 오쟁이 지는 건데….”

중국 허난(河南)성 푸양(복陽)시에 사는 천서우리(陳守理·41) 씨는 15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대화방에 이런 글을 올렸다가 나흘 뒤 공안에 체포됐다. 혐의는 국가지도자 모욕죄. 24일 트위터에 이런 사실이 적시된 공안의 행정처벌결정서 사진이 올라 왔다.

공안은 천 씨에게 5일간의 구류 처벌을 내리면서도 어떤 국가지도자를 모욕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으로 도피한 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측근인 왕치산(王岐山·69)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 공산당 고위직 관련 비리를 폭로 중인 중국 재벌 궈원구이(郭文貴) 씨는 “왕팡이 멍젠주(孟建柱) 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의 내연녀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작가 저우샤오핑과 가수 왕팡은 올해 3월 결혼했다. ‘오쟁이 지다’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다는 뜻이다.


미국의소리(VOA) 중문판은 26일 “누리꾼들은 ‘멍’자 때문에 모욕죄로 구류 처분을 받다니 황당하고 우습다. 시대의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23일에는 한 중국인이 위챗의 학교 친구들 대화방에 저우샤오팡과 왕팡에 대한 부정적인 농담을 올렸다가 공안에 연행돼 24시간 동안 신문을 받고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멍’자 사건은 시 주석 권력 강화를 위한 다음 달 18일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철저하게 검열의 사슬로 옥죄고 있는 실상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다.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중국은 2012년 시 주석 집권 이후 현재까지 전국 각지에 톈왕(天網)이라는 이름으로 2000만 대의 폐쇄회로(CC)TV 카메라 감시망을 구축했다. 명목은 치안 강화이지만 개인 사생활을 더욱 촘촘히 감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검열에 대학 강의실도 예외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이 대학 약 2600곳에 감시자들을 보내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교육 같은 의무 사상 강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상하이(上海)에서만 100여 명의 교수가 사상 강의를 참관한다. 최고 명문인 칭화(淸華)대에서는 조지 오웰의 ‘1984’ 등을 통해 세뇌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강의를 해온 탕사오제(唐少杰) 철학과 교수의 이번 가을학기 수업이 갑자기 취소됐다. 칭화대는 이유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당 대회를 앞둔 검열의 손길은 대중문화계로 뻗치고 있다. 명감독 펑샤오강(馮小剛)이 연출한 영화 ‘팡화(芳華)’는 29일 개봉을 앞두고 24일 돌연 상영 계획이 취소됐다. 이 영화는 문화대혁명과 중국-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다. “민감한 내용이 담긴 영화의 상영 시기를 바꿔 달라는 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힌 펑 감독은 24일 상하이 시사회장에서 흐느껴 울었다. VOA 중문판은 “이 영화가 19차 당 대회 여론 환경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급하게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은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외교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베트남에도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상하이 사상 교육을 검열하는 교수 100여 명 중 한 명인 샤오웨이(肖巍) 푸단(復旦) 교수는 WSJ에 “경제 발전으로는 부족하다. 가치와 도덕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 역시 경제대국이 된 것만으로 부족하다. 언론자유와 인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때인 듯하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베이징#중국#cctv#sns#검열#왕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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