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스타트렉: 디스커버리’가 넷플릭스로 공개돼 세계의 ‘트레키’(스타트렉의 팬을 일컫는 말)들을 열광시켰다. CBS를 통해 방영된 미국에서는 첫 회 시청자가 960만 명으로 집계됐다.
1966년 TV 드라마로 처음 선보인 스타트렉은 영화, 소설, 비디오 게임으로 끊임없이 재창조됐다. 이번 ‘디스커버리’는 드라마로 12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다. 그런데 드라마 크레디트에 한국인 작가 김보연 씨(32)가 등장했다. 스타트렉 51년 역사상 최초의 한국 국적 작가로 첫 회의 집필에 참여한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새로운 스타트렉을 소개한다면….
“디스커버리는 1966년 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의 10년 전을 배경으로 한다. ‘와호장룡’에 출연했던 배우 양쯔충(楊紫瓊)이 선장 필리파로 출연한다. 아시아 여성이 선장 역할을 맡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또 ‘워킹데드’에서 사샤로 출연했던 소네쿼 마틴그린이 부선장 마이클 역을 맡았다. 새로운 등장인물들을 통해 스타트렉 시리즈를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했다. 복잡하지만 더 짜임새 있는 줄거리를 기대해도 좋다.”
―미국 드라마 작가들은 어떻게 드라마를 만드나.
“통상 6∼12명의 작가가 ‘작가진(writers room)’을 꾸린다. 각자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다. 총책임작가(showrunner), 나 같은 3년 차가 맡는 총괄작가(executive writer), 경력 1년 미만의 스태프 작가 간의 위계질서는 있다. 하지만 모두가 동등하게 이야기 구성에 참여한다. 2주 동안 캐릭터와 줄거리에 대해 토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린다. 아이디어 경쟁이다. 그 후 각자 에피소드를 맡아 각본을 쓴다.”
―한국은 넷플릭스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긴장하고 있는데 미국은 어떤가.
“지금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황금기다. 작가의 창작물을 소개할 채널이 다양해졌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고, 시청자들도 더 세분화했다. 이제는 텔레비전을 틀면 나오는 콘텐츠를 보는 게 아니라 ‘좋은’ 걸 골라서 본다. 위기이자 기회다. 좋은 콘텐츠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든, 입소문을 통해서든 반드시 알려지게 되어 있다고 믿는다.”
―한국 국적으로 어떻게 미국 드라마의 작가가 되었나.
“대학 졸업 후 잠시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다녔지만 어릴 때 외국 생활을 해 영어가 익숙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시나리오과 석사과정에 진학해 공부했고, 케이블 채널 CWTV의 역사 드라마 ‘레인’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레인에서 나의 능력을 좋게 봐준 상사가 스타트렉 제작에 참여하면서 나에게도 ‘러브콜’을 보내 함께하게 됐다. 편당 800만 달러(약 91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규모 역사적 시리즈에 참여하게 돼 부담감이 크고 아직도 얼떨떨하다.”
―미국 활동이나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꿈을 이루려는 끈기와 의지가 중요하다. 작가나 프리랜서는 ‘어떤 일을 하라’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도전정신도 필요하다. 장단기 계획을 세워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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