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나는 과연 무엇을 욕망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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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나는 속물(snob)일까? 종종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런 관심에서 흥미롭게 읽었던 책은 사회학자 김홍중 교수의 ‘마음의 사회학’이었다. 이 책에서는 두 장에 걸쳐 스노비즘(snobbism), 즉 속물주의에 대해 이론적인 조명은 물론이고 한국적 현실에서 의미하는 바에 대해 말하고 있다. 속물에 대한 설명에서 흥미롭게 와 닿았던 것은 프랑스의 문학비평가 르네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과 연결시킨 부분이었다. 욕망의 구조는 주체-매개자-대상의 삼각형으로 이루어졌고 유명 소설의 주인공은 공통적으로 매개자, 즉 타자들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하는 삼각형 구조에 갇혀 있다는 것이 그의 통찰이다. 김 교수는 이를 끌어내 속물이란 ‘과도하게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데, 자신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지 못하는 자’로 정의한다.

나는 내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주변의 직장인 동료나 친구들이 욕망하는 것을 따라서 욕망하고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엉뚱하게도 자기계발의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 아이디어를 얻었다. 과거 수많은 자기계발서는 남들이 욕망하는 것을 어떻게 내가 더 빨리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해 왔다. 좋은 학교에 가고, 대기업에 취업하고, 직장에서 더 높이 올라가고, 더 많이 받고, 더 유명해지고…. 직장 생활을 20년 넘게 하고도 우리는 종종 “정말 삶에서 일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못한다. 혹은 아예 이런 질문을 불편해서 회피한다.

남의 욕망을 욕망하다 보면 승진하지 못하고, 억대 연봉자가 되지 못했을 때, 심지어 임원이 되고 억대 연봉을 받고 나서도 어느 순간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가 뒤늦게 자문하면서 말이다. 앞으로 자기계발의 중요한 방향은 자신이 정말로 삶과 일에서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다 일찍 알아차리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직장이 아닌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물어야 한다. 재일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였던 강상중 씨는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에서 과거 정년도 보장되고, 월급도 걱정 없이 받을 수 있었던 고속성장의 시대에는 일의 의미를 묻지 않아도 되었는지 모르지만 요즘처럼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인지, 일을 통해 나는 어떻게 변하고 싶은지, 일을 통해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은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둘째, 개인의 역사를 돌아본다. 강 씨는 자신의 나이에 따라 20대에서부터 60대까지 10년 단위로 자신이 살아온 세상을 나름의 연표로 정리한다. 자기 나름으로 세상을 읽어내야 미래의 시대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나만의 연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35년이든, 45년이든 내가 살아온 기간을 10년 혹은 자신이 원하는 단위로 나누어 본 뒤, 종이를 절반으로 접어 한쪽에는 세상의 흐름을 내 방식으로 읽어 보고, 또 한쪽에는 내 개인적 삶과 일과 관련된 흐름을 정리해 보는 것이다. 삶의 전환점이 되었던 지점은 어디였는지, 세상의 흐름과 내 삶의 흐름은 어떻게 만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자.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나에게 시간을 허락하는 것이다. 지금 일정을 기록하는 표를 펼쳐보자. 비는 공간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남을 위해 비어 있는 내 일정을 쉽게도 내준다. 마치 내 시간은 공짜인 것처럼. 지금 그 일정표에 매주 하루의 저녁 시간은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표시를 해 놓으면 어떨까? 그리고 누군가 그날 저녁 시간 되느냐고 묻는다면 당당하게 “선약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삶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내가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많은 직장인은 말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모르는 게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생각하고 돌아보기 위한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진행하는 회의 일정은 수첩에 빽빽하게 적으면서도 자신과는 회의 시간을 잡지 않는 것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마음의 사회학#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나는 과연 무엇을 욕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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