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통합을 놓고 국민의당이 미래당과 민주평화당(민평당)으로 갈라지면서 양측은 고심하는 중재파를 1명이라도 더 끌어안기 위해 치열한 로비전을 벌였다. 민평당은 최근 중재파 의원들에게 자체 분석한 의석표를 제시하며 “한 땀 한 땀 잘 끌어모았다. 이제는 우리가 캐스팅보트”라면서 합류하면 ‘한 자리’를 보장할 수 있다며 설득했다고 한다. 원내 3당이 분열되면서 여야의 원내 역학 관계도 출렁이는 형국이다.
민평당은 최근 ‘신캐스팅보트’ 역할론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4일 현재 재적 국회의원(296석) 중 본회의 투표가 불가능한 의원(2석)을 뺀 294석의 과반 매직넘버는 148석이다. 범여권은 129석으로 분류된다. 더불어민주당(121석), 정의당(6석), 민중당(1석)에 민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 등을 합한 것. 민평당은 여기에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 의석(19석)을 합하면 148석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미 합류한 15석에 더해 미래당에 아직 남은 비례대표인 박주현 이상돈 장정숙 의원을 포함하면 18석이 된다. 여기에 이용호 의원까지 합류하면 교섭단체(20석)에 육박한다.
반대편에는 자유한국당(117석)과 미래당(32석), 대한애국당(1석)에 무소속 이정현 의원까지 151석이 있다. 그러나 146표만 실제 동원 가능하다. 수감 중인 한국당 최경환 이우현 의원은 본회의 참석이 불가능하고, 박주현 의원 등 비례대표 3명은 민평당 표다.
사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그대로 합당했다면 원내 1당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분당 과정에서 당세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민평당과 정의당이 당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회에 공동교섭단체로 등록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평당 일각에서도 비중 있게 검토했다고 한다. 선거구 개편과 개헌 논의 과정에 연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교섭단체 지위 확보에 따른 이익을 고려한다면 정의당이 전향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의당 관계자는 “장단점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원내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장 인준 부결과 법안 통과 등에서 애를 먹었는데, 민평당과 공조해 개혁 입법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당은 “구태세력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기만” “민평당은 민주당 2중대에 불과하다”며 민평당 역할론을 일축했다. 8일 대법원 선고 결과에 따라 의원직을 잃을 수 있는 국민의당 송기석, 박준영 의원이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등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미래당 관계자는 “미래당이 안정적 지위를 확보해 중도 보수 지형을 넓히면 한국당에서도 함께할 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를 연달아 열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첫 민생공동 행보로 아파트 경비원·입주자대표들을 만나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민평당 창당준비위원회는 비둘기와 촛불을 형상화한 당 로고까지 공개했다.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의원 등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스까요정’으로 주목받은 초선의 김경진 의원에게 대표를 맡겨 혁신을 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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