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뉴 체로키 디자인, 전 세계 도시서 영감… 전통에 프리미엄 더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6일 03시 00분


지난달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뉴 2019 지프 체로키’ 공개 행사. 올해 상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지프 체로키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윽고 체로키 앞에 검은빛 바지에 블랙 셔츠로 캐주얼한 멋을 낸 한 남자가 섰다. 지프 체로키의 디자인 총괄한 브라이언 닐랜더(Brian Nielander) 수석 디자이너였다.

새롭게 출시될 체로키는 풀체인지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실내외 디자인만큼은 전 세대와 확연히 달랐다. 그가 어떤 디자인 철학과 콘셉트로 체로키를 만들었을지 궁금했다. 그는 기자와 만나 “전통에 고급스러운 멋(프리미엄)을 더하려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닐랜더가 체로키에 투영하고 싶었던 철학은 두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전통’ 그리고 ‘프리미엄’이었다. 자동차의 얼굴이자 상징인 전면부 디자인(그릴)은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체로키는 오랫동안 고수해온 전통적인 그릴 디자인이 있다. 직사각형 모양의 슬롯 7개가 나란히 배열돼 있다. 짐승의 입 모양을 닮았다는 사람도 있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 같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체로키는 출시 이후 이 디자인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 전통을 고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닐랜더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지프가 그동안 내놨던 차량들을 살펴보자. 지프에는 오프로드(산길이나 비포장 도로 등 험지)에 특화된 ‘랭글러’가 있다. 전쟁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흔히 우리가 ‘지프차’ 라고 부르는 상자 모형의 차다. 활동적이고 모험을 즐기는 운전자들이 선호한다. 반대로 프리미엄 클래스로 분류되는 ‘그랜드 체로키’가 있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들인데 웅장한 멋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SUV의 대명사로 불린다. 닐랜더는 “랭글러와 그랜드 체로키의 중간 지점에 2019년 체로키를 세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심과 오프로드를 모두 달릴 수 있는 젊은 역동성에 고급스러운 프리미엄을 더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선 차량 보닛(후드)과 그릴을 일체화시켰다. 후드에서 그릴로 내려오는 디자인의 곡선을 살렸다. 그릴의 각도도 조정했다. 각도가 얼마나 올라가고 내려가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느낌이 든다는 지적이 있었던 주행등과 조명등 부분은 둥글게 다듬었다. 닐랜더는 “그랜드 체로키 느낌이 나게 하기 위해서다. 전통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조명 등의 위치와 모양을 다 바꿨다”고 말해다. 뭔가 변했다. 하지만 체로키의 고유함은 그대로였다. ‘뭔가 달라졌지만 달라지지 않은’ 아이러니함을 심어주려 했다면 대성공인 셈이다.

대화가 실내 디자인으로 옮겨 갔다. 닐랜더는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의 공간, 송풍구, 내비게이션 위치 등 운전자들이 많이 만지고 사용하는 부분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최대한 편안하고 공간 활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디자이너들의 발상에 사용자들이 따라오는 방식이 아닌, 사용자들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치에 디자이너들이 응답하는 방식을 담은 것이다.

무엇보다 흥미를 끈 체로키 디자인 팀의 노력이 있었다. 2010년 즈음 닐랜더가 이끄는 디자인팀의 사무실 벽엔 세계 지도가 펼쳐졌다고 한다. 그러고는 디자이너들이 관심 있는 나라와 도시에 표시를 했다. 그리고 직접 그곳으로 날아갔다. 도시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색상과 자동차에 사용할 제품의 재질, 디자인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여행 블로그, 잡지 등을 참고했다. 디자이너들은 상자를 준비해서 각기 다른 장소에서 얻은 사진과 색상, 재질, 제품 등의 아이디어를 담아 뒀다. 이후 아이템들을 상자에서 꺼내 섞어보기도 했다. 조화로운 조합을 찾으려 회의도 수백 번 했다. 하나의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닌 셈이다.

2019 체로키에 사용된 황토색과 검은색(일부 모델의 시트와 내부 인테리어에 사용), 내장재의 재질 등은 모로코의 서부 도시인 마라케시(Marrakech)에서 영감을 얻었다. 체로키 모델 중 붉은 색상은 아이슬란드(Iceland)의 화산에서 나오는 용암(레드·Red)과 굳어진 암석(검정·Black)에서 영감을 얻었다. 또 아이슬란드의 파란 하늘(블루·Blue)의 색상을 시트에 사용하기도 했다. 체로키 내부에 사용된 나무 재질도 특정 도시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닐랜더는 “정말 재미있었다”며 “디자이너들이 더 흥미롭고 신선하게 디자인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2019 지프 체로키는 다양한 주행 모드와 강력한 엔진도 장착했다. 체로키를 미리 타본 시승기는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엠바고 문제로 시승기는 추후 공개됩니다). “기대해도 좋다”는 말로 대신하겠다. 지프의 역사는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한 군용차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지프 하면 남성미가 먼저 떠오른다. 닐랜더도 남성미와 근육질, 강인함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전통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들렸다. 75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지프는 여전히 전 세계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 이유는 지프 고유의 유산을 잃지 않으면서도 시대에 맞게 발전하려는 디자이너의 노력 때문이 아닐까.

로스앤젤레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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