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실무를 담당한 공무원까지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무더기’ 검찰 수사를 의뢰하도록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고석규 진상조사위원장(전 목포대 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 정부가 국가기관과 여당은 물론이고 일부 친정권 인사들까지 동원해 역사교과서 편찬에 부당하게 개입한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조사위는 이런 과정에서 △불법 여론 조작 △비밀 태스크포스(TF) 운영 △국정화 반대 학자 학술연구지원 배제 △국정화 행정예고 의견서 조작 △교과서 편찬·집필 과정 부당행위 등 다수의 위법·부당행위가 이뤄졌다고 결론 내렸다. 박근혜 정부는 2017년 국정 중등 역사교과서를 발행했지만 탄핵 정국에서 연구학교만 시범적으로 사용하도록 해 주교재로 사용한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진상조사위는 2014년 국정화 준비 과정부터 2016년 국정 교과서 집필 과정, 2017년 배포 과정 등을 조사하며 무려 25명 안팎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등 청와대 인사뿐 아니라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장, 서남수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등 정부 인사와 박모 전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 강모 장관정책보좌관 등 실무자까지 포함했다.
고 위원장은 “혐의를 적시할 수 없는데 그 혐의를 밝히는 과정에 있는 사람도 일단 수사 의뢰 대상에 넣었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공정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교육부 전·현직 공무원 10여 명에 대해서는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로 이미 줄줄이 좌천된 동료를 지켜본 교육부 공무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술렁이고 있다. 공무원 A 씨는 “청와대의 지시를 이행했다고 처벌을 요구한다면 앞으로 어느 공무원이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전남도교육감 출마 선언을 한 고 위원장이 직접 브리핑을 한 것을 두고 사전 선거운동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브리핑 4시간 이후 고 위원장은 ‘셀프 보도자료’를 배포해 “역사에 중차대한 일을 맡아 진실을 밝히고자 했다”며 “진보 교육감이 돼 전남 교육에 변혁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했다. ‘출마 선언’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자 “나와 상의 없이 보도자료가 배포돼 죄송하다”며 교육감 관련 언급을 삭제한 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박 전 대통령 수사 의뢰 여부를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등 조사 결과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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